언젠가 꽃은 지겠지,
But no, not today
그때가 오늘은 아니지,
No no, not today
no no no, not today
(중략)
오늘은 절대 죽지 말아,
빛은 어둠을 뚫고 나가
새 세상 너도 원해,
Oh baby yes I want it
(BTS 'Not Today' 중에서)
세계대전은 지난 일이다. 먹을 것을 걱정하는 시대도 아니다. 집이 있고 가족이 있는데 어딘가 우울하다. 나에게만 보이는 일상의 균열을 목도하며 속앓이 하던 시간, 그때 자주 들었던 노래가 있다. 오늘은 아니라고 반복하는 방탄소년단의 '낫 투데이'는 마치, 내 안의 검은 소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나를 대신해 외쳐준다. 강렬한 비트에 칼 같은 일곱의 군무가 날 토닥이듯,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살아. 이게 마지막은 아니야. 가사에 기댔다. 고마웠다.
이 곡은 2017년에 발매된 방탄소년단 앨범의 수록된 곡이다. 내가 자주 들었던 시기는 2020년도 즈음,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만남이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오프라인에서는 큐알코드를 찍어 동선을 알려야 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동정을 받는 게 아니라 이 시국에 마음대로 돌아다닌 죄인 취급을 받았다. 세계적인 낯선 바이러스의 두려움 속에, 남모를 나만의 두려움 속으로 깊이 침잠해 갔다. 코로나 직전 나는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잘해보려고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것은 파이프라인이 완성되기 전에 원래 그런 거라는 줄기찬 가르침을 받으며. 돌아보니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파이프라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임을 매번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날아갈 수 없음 뛰어
Today we will survive
뛰어갈 수 없음 걸어
Today we will survive
걸어갈 수 없음 기어
기어서라도 gear Up
(BTS 'Not Today' 중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이 길이다 싶었던 마음이 어제와 달라져 당황할 때가 있다. 다시 길을 찾을 때까지 일어설 힘이 채워질 때까지 그저 앉아 있을 뿐이다. 마지막 선택이라 믿고 싶던 일에서 다시 물러서며, 오래전 일을 떠올린다. 유학시절 곧잘 어울리던 H를 한국에서 만난 날이었다. 영어를 한마디라도 더 써보겠다고 한국인 모임을 꺼리던 유학시절, H는 어릴 적 유학을 온터라 영어실력이 좋았고 다소 거칠지만 뒤끝 없는 성격이 나와 잘 맞았다. 영어공부에 도움을 주어 고마웠고, 2002 월드컵을 보러 외국인들이 가득한 펍을 찾고 자전거를 갑자기 사서 엉뚱하게 돌아다니던 즐거운 기억들. 유학 중 잠시 들어온 H가 졸업하고 돌아온 나와 술 한잔 하자며 만난 날, 그는 내 옷차림을 보고 나무라는 말을 했다. 짐작해 보면 허물없는 사이라 여긴 나를 걱정해 준 고마운 말일 텐데, 내가 이런 말을 불쑥했다.
‘모든 사람이 BMW를 갖고 싶은 건 아니잖아.’
내 입으로 뱉어 놓은 그 말에 나도 놀라고 그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헤어지고 연락이 뜸했다. 당시 나는 제때 먹고 자고, 날씨에 맞는 옷 하나쯤 걸친 그런 삶도 괜찮았다. 외적으로 바라는 게 없던 내 바람 하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내가 일하는 명상센터에 사람들이 많이 등록하면 그렇게 될 거라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도록 강요되었다는 게 더 명확하겠지.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의 제품을 쓰고 유통하면 행복해진다는 논리를 편다. 각자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행복해지는 방법이 간편히 세팅되어 있다. 하나를 골라 들어가 나 역시 행복을 거머쥐면 될 텐데, 그 쉬운 게 무어 어려워서.
아직 죽기엔 이른 오늘 나는, 어디를 향해 달려야 할까? 아니 기어서라도 도달하고 싶은 그곳은 어디인 걸까. 지금도 확실하게 BMW를 갖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 말고 또 무엇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직은 낫 투데이. 오늘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