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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하이애나 Oct 25. 2023

단 하루

얘들아, ㄱ나니?


물리적 자유시간이 주어진 지 한 달이 넘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버리는 게 아까워 이것저것 계획하고 나름의 루틴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맞나? 이게 내가 원하던 모습이었던가?라는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이다.



곧 있으면 고등학교 친구 중 가장 먼저 결혼을 한 Y의 생일이 다가온다. 10월 15일. 20년 넘게 기억하고 있는 생일이다. 몇 년 전까지 매년 각자의 생일에 회비를 모아 선물로 주고 소소하게 식사를 하며 생일을 축하해 주곤 했다. 1년에 4번 정도 정기모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연락이 끊기지 않고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코로나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고, 생일날 축하카톡을 보내는 것도 잊을 정도로 바쁘게, 또는 실질적으로도 먼 거리에 살고 있다.



나에게 딱 하루,

내 마음대로 또는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그 친구들과 어릴 때 그 모습으로 신나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아! 고등학교 시절이 아닌 초등학교 시절로 같이 돌아가 세상 걱정 없는 듯 떠들어 보는 건 어떨까?




얘들아, 일단 12시에 놀이터에서 만날까? 

정글짐에서 술래잡기하고 두 명씩 시소도 타자. 

숨바꼭질은 구령대 근처까지만 숨을 수 있어. 

엎어라 뒤집어라~ 야, 미끄럼틀 반대로 올라가기 시합할래? 

우 씨~ 안돼. 나 어릴 때 떨어진 적 있어서 트라우마 있단 말이야.... 

어릴 때? 지금 우리 국민학생 아니야?




..... 잠시 상상해 보았더니 웃음이 난다. 

아침에 엄마가 땋아준 머리 한쪽은 흘러 내려와 있고, 바지에는 여기저기 김칫국물과 흙이 묻어 꼬질꼬질하다. 이내 땀을 뻘뻘 흘리며 놀다 손바닥에서 쇠냄새가 날 때쯤 문방구에 달려가 슬러시를 사 먹고 파래진 혀를 날름 거리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말이다. 


지금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법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놀이터가 지겨울 법도 하겠지만, 하루쯤 천진난만한 아이로 돌아가 고민 없이, 온전한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 

유독 어린아이가 되고 싶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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