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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Dec 23. 2024

재검 판정이 알려준 소중한 것들


카톡에 계속 건강검진 안내 문자가 날아왔다. 올해 가기 전에 검진을 하라는 메시지다. 회사 다닐 때는 정기적으로 단체 검진을 했으나 3년 넘게 하지 않아 해 넘기기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 센터에서 PET-CT 등 종합검진을 받았다. 나이도 있고 해서 거금을 들여 센터에서 추천하는 최고 수준의 검진을 선택했다. 일주일 후 검진 결과를 보러 오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여보, 검진센터 전화 왔는데, 보호자 하고 같이 오느냐고 묻더라며”시무룩했다. 보호자 하고 같이 오느냐는 말에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하고 함께 건강검진했기에 함께 오라는 말이겠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뭔가 문제가 있는가?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건강검진센터에 결과를 보러 갔다.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번호표를 뽑아서 한참을 기다렸다. 전광판에 내 이름이 뜨고 나를 호출했다. 


의사 앞에 앉았다. 긴장됐다. 의사는 차트를 보여주며 우선, 암은 아니니 걱정 말고 들으라며 폐에 0.7m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되었다며 차트를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 손톱 크기의 하얀 구름처럼 뭔가 보였다. 혹시 모르니 소견서를 써 줄 테니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추천했다. 머릿속이 하해 졌다. 


집으로 오는 길, '혹시 암이면 어쩌지?',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한 게 후회되네...', '왜 진작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았을까?' 운전대를 잡고 앞만 보고 뚱한 표정으로 있는 나를 보고 아내가 한마디 했다.


"어이 소심형!, 걱정하지 마요. 의사 선생님도 암은 아니라고 하셨잖아. 재검사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다. 설사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함께 이겨내면 되지."


함께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그동안 수없이 들은 잔소리 중 최고였다.


책 읽고, 글 쓰고, 명상하며 오늘 하루에 집중하자. 오늘 행복하자고......, 나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반복했지만 정작 나에게 문제가 생기니 쉽게 무너지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침마다 명상시간에 복창하는 문구가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난 참 행복해"

"난 참 건강해"

"못할 것도 없지"

"난 참 풍족해"


집에 도착 내 방에 왔다. 책상 앞 벽면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문구가 보였다.

"걱정, 두려움을 중심으로 휘도는 허상이다." 


그 순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왜 걱정하지, 감사하며 오늘 행복을 놓치고 말고 지금 행복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마음이 금방 편안해졌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오늘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거실에서 푸시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한마디 했다.

 “여보, 운동하나? 당신은 그래도 평소 운동하고, 건강에 신경 쓰잖아, 나도 요가 등록해야겠다.” 그 말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건강에 더 신경 써야 되겠다고!’


걱정이란 게 참 이상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우리의 현재를 망치게 만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걱정했던 일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나도 걱정했던 것만큼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번 재검 판정은 우리 부부에게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현재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되었다. 

혹시, 걱정이 있다면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오늘이라는 선물을 온전히 누리시면 좋겠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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