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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Dec 27. 2024

여보, 우리 이렇게 쉬어도 되나?


쉼 없이 달리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때로는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재충전이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에도 우리 부부는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아내는 정리수납과 선교 활동으로, 저는 글센티브책쓰기스쿨을 운영하며 매주 5시간의 글공부 강의를 듣고, 월 8회의 글쓰기 수업을 이어왔습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직장 생활 때보다 더 바쁜 날들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오늘도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하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했습니다. 아내도, 저도 모처럼 일정이 없는 날이었거든요.


'여보, 우리 오늘 집에서 푹 쉴까?'


우리는 침대 위에 찻상을 놓고, 둘이 기대어 앉을 수 있는 큐손등받이를 세웠습니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찾아보다가 덴젤 워싱턴의 '이콸라이저 3'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미 본 영화였지만, 아내와 함께 보고 싶어 다시 한번 감상했습니다. 역시나 명작이었습니다. 이어서 '프리즌'까지.


“우리 피자 한판 땡기자!, 아 팝콘 배달하는 데는 없나?”


상가 소식 책을 가지고 와서 피자집을 찾았습니다. 콤비네이션 피자를 시켰습니다. 피자 먹고 콜라 마시며 영화를 계속 시청했습니다. 아내는 가끔씩 밖에 나가 사과, 귤, 감을 가지고 왔고, 저는 커피를 타서 함께 마셨습니다.

오후에 각자가 좋아하는 영화를 봤습니다. 저는 ‘옥시 부인전’시리즈를 보고, 아내는 ‘미스터 선샤인’을 보다가 대학가요제 등 아내 좋아하는 프로를 시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녁에는 땡초 듬뿍 넣고, 양파, 감자채 썰어 넣고, 카레 조금 넣은 ‘인구표 라면’을 만들어 함께 먹었습니다.

중간중간 몇 번이나 

“여보, 우리 이래 쉬도 되나?”란 말을 했습니다.


휴식은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휴식은 회복의 시간입니다. 칸트는 노동 뒤의 휴식이 아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다고 말했습니다. 


나무도 겨울에는 휴면합니다. 식물세포의 수분함량을 최대한 줄여 영하의 낮은 기온에 세포가 얼지 않도록 합니다. 여름 동안 활발한 광합성에 의해 생선 된 탄수화물을 전분 형태로 세포 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지요. 이 전분 형태 에너지 원으로 겨울을 견디어 낸다고 합니다.


"오늘 종일 자주 주고받은 말, '여보, 우리 이렇게 쉬어도 되나?' 


그래요, 이렇게 쉬어도 됩니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주는 선물처럼, 오늘 하루는 영화 속으로 달콤하게 떠나보냈습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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