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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an 07. 2025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건강!

“아버님, 건강 괜 찮은세요!, 이도(손자)와 저는 장염에 걸렸어요”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괜히 우리가 가서 옮긴 것 아닌가 싶어 미안했다. 다행히 나와 아내는 아무 증상이 없다.


지난 주말 서산에 있는 아들네 집에 갔다 왔다. 오랜만에 보는 손자, 아들, 며느리와 아쿠아리움, 바닷가, 놀이동산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킹크랩을 먹으로 어눌한 말로 “마있따” 소리 지르는 세 살배기 손자, 킹크랩 처음 먹어본다는 며느리의 들뜬 목소리가 생각났다. 

두 달 후면 세상에 나올 둘째 손녀를 배에 품고 고생하는 며느리가 걱정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도.


건강을 지키는 일은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다.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짐이 된다.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감기몸살로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침대에 온돌을 켜고 이틀 동안 등과 침대가 본드 붙은 것처럼 붙어있었다. 아내는 콩나물국을 끓이고, 된장국을 끓이고, 호박붙임개, 갈치와 조기를 굽는 등 음식으로, 위로 말로 간호했다. 덕분에 예전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아내와 건강검진센터에서 권하는 최고 금액의 건강검진을 받았다. 나이도 있고 해서 종합적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재검이라는 검진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재검'을 받았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다.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었다.

퇴직 전에는 새벽 수영으로 하루를 열었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나면 온몸에서 땀이 흘렀지만, 그때의 상쾌함은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퇴직과 함께 그 습관도 서서히 사라졌다. 시간은 많아졌지만, 운동은 소홀히 했다. 소홀히 한 게 아니라 내가 그 시간을 놓아버렸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백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뒷산으로 향하는 길, 75도 경사 산길을 오르는 동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예전 같았으면 가뿐히 뛰어올랐을 길인데,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며 내 건강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실감했다.


이어지는 소방도로는 평탄한 길이고 초읍 어린이 대공원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반대편에서 뚱뚱해 보이는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헉헉대며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에는 땀이 벅벅이 되어있었다. 


조금 지나니 정년퇴직한 동기로 보이는 5명의 남성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올라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왁자지껄 할머니들이 무리 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대부분이 60대 중년 이상으로 보였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한 시간 넘게 걷고 나니 어린이 대공원 산책로가 나왔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운동복을 입고 뛰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활기차고 건강해 보였다. 

햇빛에 반사된 호수 물 비늘에 눈이 부셨다. 호수 주변에 하늘 향해 길게 뻗어있는 편백나무 숲 위로 파란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깊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이 대공원 앞 내가 자주 가는 투썸플레이스 카페에 들어섰다. 평소 즐겨 마시는 카페라테가 아닌 뱅쇼를 시켰다. 카페라테보다 비싸지만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즐겨 앉는 자리에 갔다. 다행히 자리가 비어있었다. 노트북을 펼쳤다. 올해 처음 하는 글쓰기 수업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 강의안을 작성했다. 운동하지 안 했을 때 보다 키보드를 치는 속도가 빨라졌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는 가로축에 긴급한 일, 세로축에 중요한 일을 나누는 일 사분면이 있다. 그중에서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장기적인 목표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업무가 2 사분면에 있는 일이다. 

우리가 평소에 소홀히 할 수 있는 건강, 독서, 가족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긴급하지 않다고 소홀히 할 경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일이 이런 일들이다.


건강을 잃으면 나뿐 아니라 가족이 힘들어진다. 건강을 지키는 일은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다. 내가 가족에게 짐이 아니라 축복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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