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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Nov 20. 2024

할머니의 돼지국밥


오후 1시 점심시간이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생각났다.

골목길 구석에 자리 잡은 허름한 

돼지국밥 집을 찾았다.



메뉴판도, 간판도 낡았지만,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구수한 향에 

이끌려 허름한 돼지 국밥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테이블마다  먹고 간 그릇들이 

패잔병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식당에는 4인용 식탁이 

8개가 놓여있었다.



구석에는 한 테이블에는 식사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 뻘쭘하게 서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저분했다.

다른 곳에 갈까 망설이는 찰나







"손님 잠시만요, 얼른 치워드릴게요"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탁자 위에 놓여있는 그릇을 쟁반에 

부지런히 옮기고 있었다. 

잠시 후 치운 그 자리에 앉았다. 


주방에서는 구부정한 할머니가

열심히 식기류를 씻고 있었다.

뭘 드시겠어요? 

네, 국밥 주세요!

행주를 들고 있던 할머니는  

주방을 향해 "국밥 하나!" 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이 나왔다. 

깍두기, 김치, 부추, 새우젓, 

양파/고추가 닮긴 쟁반. 

깔끔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류다.







연이어 밥과 함께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돼지국밥이 나왔다.

밥도 내가 좋아하는 잡곡밥이다. 

방금 한 것처럼 김이 모락모락 났다.

밥이 좀 질다. 나는 진밥을 좋아한다.

국밥은 고기가 8할쯤 되어 보였다.





끓는 국물에 부추를 넣고, 

새우젓을 넣고, 양념장을 넣었다.

뽀얗게 피어오르는 국물 향기에

침을 꿀꺽 삼켰다. 

얼른 한 숟가락 입에 넣다가 

수저를 내려놓고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따끈한 국물을 한 모금 입에 넣었다. 

얼큰하고, 새콤하고, 묵직한 국물 맛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김을 호호 불면서

국물을 몇 숟가락 쉬지 않고 삼켰다.

추웠던 몸이 금방 따뜻해졌다.

왜 이렇게 맛있지?

이제서야 손님이 많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식당은 허름하고 낡았다.

식당에 근무하는 사람은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두 사람

벽마다 손으로 쓴 듯한 가격표가 

곳곳에 덕지 덕지 붙어있었다.


가격에 비하여 음식의 

양이나 질이 좋았다.

손님이 다 떠나고 식당에 내 혼자 남았다.

아직 테이블에 있는 그릇은 

치워지지 않은 상태 그대로다.



맛에 반해 식당 안 곳곳에 사진을

찍었다. 다음에 또 올 요량으로.


어떤 것이든 본질이 중요한 것 같다.

강의를 잘하는 사람은 강의로

작곡을 잘하는 사람은 작곡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연기로......





식당에는 음식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나는 이 식당이 마음에 들었다. 

식당 분위기도 아니고

서빙하는 사람도 아니고

친절한 서비스도 아니었다.


오로지 깔끔한 밑반찬과 

감칠맛 나는 국물과 

8할이 넘는 돼지고기 건더기가

이 식당의 인기 비결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SNS의 좋아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한 마디 위로이고,

최신 운동기구보다 소중한 것은 

매일 아침 꾸준히 걷는 발걸음이며,

화려한 포장의 음식보다 값진 것은 

정성과 진심이 담긴 한 그릇이다.






화려한 포장 속 허상이 아닌,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 

그것은 할머니의 연륜만큼이나

오랜 시간 정성껏 우려낸 뽀얀 

국물처럼 깊고 진한 삶이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뽀얗게 피어오르는 국물 속에서 

발견한 것은 단순한 맛이 아닌, 

우리가 잃어가고 있던 '본질'이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역설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화려한 시대.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는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우리는 정작 커피 본연의 맛을 잊어간다. 


최신 스마트폰을 장만하며, 

우리는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놓친다.


그러나 오늘, 그 소박한 돼지국밥집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점심의 돼지국밥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게 삶의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 

때로는 가장 소박한 것들 속에 

지혜가 담겨있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배워간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본질이 중요하다.

글쓰기의 본질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경험과 가치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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