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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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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이 작가 Jan 27. 2021

산후조리원 입성

조리원은 과연 천국이었을까

코로나 예방을 위해 남편들은 전원 퇴실해주세요.




출산 후 2박 3일을 병원에서 지내다 조리원으로 이동했다. 조리원은 천국이라던데, 사실 처음엔 그 말이 실감 나지 않았다. 여유로울 것 같았던 조리원 생활이 수유하고, 유축하고, 마사지받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하루 세끼 밥에, 간식 두 번 먹는 것만 해도 바쁘다. 산후회복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모유가 잘 나오기 위해서는 밥을 아주 잘 챙겨 먹어야 했다. 조리원 밥은 너무 맛있으니 식사 시간이 기다려지긴 했으나 이렇게 먹다가 과연 살은 빠져서 나갈 수 있는 건가 싶은 의문도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리원이 천국이라는 것은 퇴소 후 집에 가면 더 절실히 느껴진다. 누군가 내 밥을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차려주고, 밤새 신생아를 케어해준 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가...


아침/저녁 7~9시 두 시간씩 모자동실이 진행되는데 그때마다 긴장을 바짝 해야 했다. 기저귀 가는 것도 어려워서 계속 선생님들을 불러댔다. 젖을 물리다 보면 아기가 계속 잠이 드는 통에 수유도 제대로 안되었고, 작디작은 아기를 만지면 부서질 거 같아 마음대로 안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진땀 빼는 시간. 그럼에도 신랑이랑 둘이서 어찌어찌하다 보면 2시간이 지나가긴 해서 신랑 보고 모자동실 시간에는 꼭 같이 있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인생 5일 차, 정맑음


그런데 조리원 생활이 3일째 되던 날,  코로나 여파로 갑자기 남편의 조리원 출입이 금지되었다. 말 그대로 멘붕. 2주 동안 혼자 있어야 하다니... 코로나 때문에 조리원 내 프로그램도 다 취소돼서 조리원 동기도 만들 수 없었다. 식사도 수유도 모든 걸 각자 방 안에서 혼자 해야 했으니 그저 쓸쓸할 뿐이었다. 신랑은 매일 아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지만 사실은 그때가 마지막 자유시간이었다지?


걱정과 불안 속에서도 누워있는 아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에는 이내 평화가 찾아왔다. 잠이 든 채로 배냇짓을 하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딸아. 엄마랑 둘이 2주 동안 잘해보자!


배냇짓
좋은 꿈 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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