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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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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이 작가 Jan 26. 2021

축! 맑음이 탄생

아기 머리가 보여요. 좀만 더! 좀만 더!


무통 주사 효과가 좀 남아있을 때 분만하는 게 제일 아름다운 케이스에요!



PM 6:15 여전히 자궁문은 6cm

PM 7:00 세번 째 무통주사, 자궁문은 7cm, 간호사의 폭풍 내진 = 주먹으로 휘젖는 느낌

PM 7:50 마지막 내진 후, 아기 내려왔다며 분만 준비를 하자고 했다.


아기가 밑으로 내려왔다는 말에 눈물이 펑펑 났다. 진통이 길어지면 나도 아이도 너무 힘드니까. 긴긴 밤을 또 어떻게 지새우나 걱정을 했었다. '우리 아기가 잘 도와준 덕분에 오늘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자연분만을 성공할 수 있겠다' 싶어 감격의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무통 효과가 좀 남아있을 때 분만하는 게 제일 아름다운 케이스라며 좀만 더 힘내보자고. 간호사님이 계속 응원을 해주었다.



오후 8시, 본격 힘주기 연습에 들어갔다.

산전 요가로 연습을 하긴 했었지만 내 머릿 속은 완전한 백지 상태였다. 눈을 감고 입으로 숨을 들이쉰 뒤 숨을 꾹 참고 힘을 줘야했다. "변비 심하게 걸렸을 때 있죠? 그때 힘주는 것 처럼 해주세요!" 무통 때문에 하체에 감각도 무뎌졌고, 그 느낌이 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자꾸 얼굴 쪽으로만 힘이 들어갔다. 이 때 힘을 잘못 주면 눈, 얼굴 핏줄이 다 터지거나 이를 너무 악 깨물면 치아가 손상되기도 하니 조심해야한다.



오후 8시 30분, 담당 의사가 왔다.

내가 분만에 들어간 날은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이 날 당직 선생님은 다른 분이셨다. 그런데 담당 선생님께서 집에 계시다가 다시 나와주셨다. 임신 내내 진료를 봐주시던 담당 원장님 얼굴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너무 감사했다.


분만 준비가 빠르게 시작되더니, 가족분만실 안에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는 음악을 들으며 진통이 올 때마다 힘주기를 해야했다. TV나 영화속으로만 보던 장면아닌가. '과연 내가 실제로 겪고 있는게 맞나' 현실감각이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기 머리가 보여요. 좀만 더! 좀만 더!"


힘주기를 세 네번 정도 할 쯤 아기 어깨가 걸렸다며 "한번 더! 좀만 더!" 아기가 위험에 쳐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3~40초 정도 숨을 참아가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만큼 힘을 주었다. 진심으로,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참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후, 8시 47분 축! 맑음이 탄생

2020년 3월 7일 정은우 태어나다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초산치고 힘주기를 너무 잘했다며 의사와 간호사님들의 폭풍 칭찬이 이어졌다. 13시간의 진통은 너무 힘들었지만 막상 분만하는 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했다. 아기가 나오고나니 그 극심했던 통증이 싹 사라졌다. "응애~" 하는 소리가 들리고 곧 이어 쪼그마한 우리 애기를 팔베개 해서 옆에 눕혀주셨다. 내 뱃 속에서 사람이 나왔다고?? 너무 신기했다. 동시에 신랑이랑 서로 바라보면서 어찌나 펑펑 울었는지 모른다.





맑음아.. 우리 딸.. 반가워. 

울 아가 손가락 다섯개, 발가락 다섯개. 눈코입 다 있구나.


작고 소중한 우리 공주님



내 인생 가장 큰 성취이자,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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