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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블비치 Feb 20. 2018

왜 그렇게 노력했는데 난 성공하지 못할까

일상에 대한 이론적 잡담 - 두번째 이야기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나름 메이저 서점 체인인 반디엔루니스가 있는데, 이 곳의 베스트 셀러 서가에는 항상 자기계발서가 몇 개라도 진열되어 있다. 이 중에는 꼭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청년들에게 ‘고통스럽게 노력하면 언젠가 밝은 미래가 온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들이 보인다. 이는 강연이나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춘페스티벌,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등에는 각종 다양한 성공 공식과 함께 보는 사람이 초라해질만큼 많은 노력 끝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워낙 남의 말은 일단 의심부터 해보는 나에게 이러한 이야기들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일단 성공이란 것은 무엇인가? 워낙 큰 주제이고, 좀 많은 생각이 필요한 주제이니, 이는 좀 더 많이 고민해서 별도의 글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우선 성공이란 것을 부의 축적이라고 한정짓고 (이 글에서는 편의상 연봉 1억을 대략적인 성공의 지표로 삼았다), 인간은 누구나 이러한 성공을 어느 정도 원한다고 가정할 때, 왜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하는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가 바로 노력의 정도이다. 하지만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노력 없이는 공부도 어렵고, 운동을 잘 하기도 어렵다는 건 안다. 하지만, 노력과 성공이 꼭 비례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신림동에서 죽어라 공부하는 고시생 들은 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모든 축구 선수들은 발에 물집이 나고,심장이 터질만큼 노력했는데도 모두 박지성처럼 되지 못할까? 왜 많은 직장인들은 밤 늦게 까지 야근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는 데도 임원이 되지 못하고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압박에 직면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리는 마크 저크버그는 왜 고통을 참으며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왜 영화 ‘잡스’에서 보여지는 스티브 잡스 역시 어려움을 참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순하게 노력과 성공이 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핵심일까? 그렇게 하다 보면 마크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바로 인생 성공의 비밀일까? 성공을 못하는 사람들은 이걸 몰라서 못하나? 아님 다른 이유가 있나?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걸까?


우리는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일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내 대학 시절의 낭만 중 하나였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많은 스타 프로 게이머를 등장시키고, 대한 민국의 e스포츠 부흥을 이끈 전설 적인 게임이다. 이 게임이나 다른 인기 게임에 열광해서 프로 게이머가 되겠다고 한 프로지망생의 수는2013년 기준으로 국내 약 2000명 정도였다. 이들은 대부분 게임이 너무 좋아 취미로 시작하다가 프로게이머 지망생으로 시작을 하고, 실력을 쌓아 프로 게이머가 된다. 이들이 프로게임단에 입단을 하면, 합숙을 하며 하루 10시간의 연습을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에 실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던 프로 게이머의 수는 250여명에 불과했으며, 평균적으로 300~4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중 억 대 연봉자의 비율은 1%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많은 어른들의 조언처럼 일반적으로 고액의 소득을 얻는 이른바 ‘사’자 직업을 갖는 것은 어떨까? ‘2015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에 대한 전문직종별 소득 현황’에 따르면 이과의 대표적인 ‘사’자 직업인 의사 등 의료인 연봉은 1인당 평균 1억 8500만원이었고, 문과 대표 선수 변호사의 연봉은 1억 400만원이었다. 우리 나라 직장인 중 억 대 연봉자가 3.7% (2016년 연말정산 기준)이고, 같은 해의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이 336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의사와 변호사가 되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학교 때 통계학을 조금 끄적거린 나는 여기서 ‘평균’이라는 지표가 설명하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평균’이라는 지표는 사실 데이터의 분포가 어떤 형태를 갖는지에 따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통수준’과 다른 값을 나타내기도 한다.한 예로, 소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몇 배의 연봉을 받는 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은 연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평균이 높을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자료상으로 상위 10% 에 속하는 변호사가 전체 개인 변호사 매출액의 70%를 벌었고, 하위 25.8%의 개인 변호사 매출액은 4800만원 미만이었다. 이럴 경우 50%가 넘는 개인 변호사의 매출은 평균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결국 변호사라고 해서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며, 변호사 중에서도 상위에 속해야 고소득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의사와 변호사가 높은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보니, 이러한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 역시 무수히 많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 의과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정시 기준으로 수능 백분위가 98% (수능 보는 사람 중 2% 안에 든다는 말이다) 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로스쿨의 경쟁률은 2018학년도 기준 5.4 대 1로 의사가 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지원 자격이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지원 자체를 꺼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변호사가 된다는 것 역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의사의 경우에는 의대에 진학해서 6년의 대학생활, 1년의 인턴과정, 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을 갖춘다. 변호사가 되기위해서는 정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로스쿨에서 3년 동안 수학을 한 후 변호사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자격을 갖추는 과정에서 적성에 안맞거나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공의 수련 과정인 인턴의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이 102.34 시간 (출처:동아일보) 임을 감안하면 아무리 성공이 좋다 하더라도, 이를 버티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창업은 어떨까?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스티브 잡스 이 세사람은 모두 대학교 재학 중에 회사를 차렸고, 어린 나이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제프 베조스는 이 세 명과는 달리 직장을 다니다가 이들보다는 조금 늦은 나이에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다 아는 어르들은 왜 자식이 창업한다고 말하면, “그래, 좋은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응원해주기 보다는 “잘 생각해봐라”라며 말리는 경우가 더 흔한 걸까?


포브스지에 따르면 10개의 스타트업 중에 9개가 실패한다고 한다. 또 ‘2018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47.8%가 자금 사정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사업’에 실패해서 떠안게 된 빚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프로듀서라 불리던 이상민이 사업에 실패해서 60억이 넘는 빚을 지게 된 것을 생각하면 전혀 일리가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많은 빚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업에 실패할 경우 기존의 소득을 유지하기 어렵고, 따라서 생활이 힘들어지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어르신들의 생각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거나, 잘 알려진 고액 연봉 직종에 도전하는 거나, 일반적인 기업에 취직해서 일하는 거나, 사업을 하거나, 성공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데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것을 이상하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률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주변에 열심히 노력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그들보다 성공한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그들의 노력이 충분하지 못함을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이 이렇게 어려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그런 상처주는 이야기를 해왔던 걸까. 그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생각없이 내뱉는 불만 가득한 잔소리가 아니라, 어려운 길을 가는 상황에 대한 공감과 깊은 고민 끝에 나온 현실적인 조언이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글이 너무 길어질 수 있어, 이는 별도의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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