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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망토 채채 Nov 21. 2023

20년 동안 쉬지 않고 노력을 기울이는 삶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eras tour와 보아 생일을 기념하여

11월 초, 행복했던 두 순간이 있었다. '역시 나는 이걸 좋아했구나'라고 느꼈던 날들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실황을 담은 'The eras tour'를 영화관에서 봤을 때. 그리고 하나는 성수 씩씩에서 열린 보아 생일파티 기념 디제잉 파티(?)에서였다.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오래된 팬은 아니다. 2019년 'Lover' 앨범으로 풍덩 빠지기 전에는 그냥 pop 차트에 있는 노래 위주로 듣거나 해서 대표곡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보아의 팬이지만, 점핑 보아에 소속된 적은 없다. 덕후라면 모름지기 해야 할 예능, 인터뷰, 공연 등 모든 것들을 다 챙겨보지는 않기에 완전 팬(?)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암튼 팬은 팬이다. 그러다 우연히 성수에 놀러 간 날, 근처 와인바에서 보아 생일 기념으로 보아 노래로 디제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갔다. 

(인스타그램 이미지 첨부)

와 그런데 진짜... 이 날 너무 재밌었다. 막차 및 나의 체력저하 문제로 더 있지는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진짜.... 일본노래 다 따라 불렀다. 몸도 들썩들썩... 진짜... 그 전날 the eras tour 영화관에서 보고 행복했던 나.. 보아탄신일에 다시 한번 행복해요..  그러다 보니 두 가수가 자꾸 오버랩되어 너무 좋다고 뭐라도 말하고 싶어 쓰는 글.



the eras tour film 공식 포스터

테일러의 이번 투어 실황을 담은 'The eras tour'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두근두근했다. 티켓팅에 임하는 마음으로 CGV 예매에 성공. 러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어서 진짜 엄청난 규모구나 생각했다. The eras tour film은 3일간의 LA 공연을 편집한 것이다.

출처: THE ERAS TOUR Concert Film Official Trailer

공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Hi. I am Taylor Swift. and I was born in 1989."

첫 곡이 <Miss Americana & The Heartbreak Prince> 였는데 그냥 등장만으로 너무 멋있고... 두 번째 곡이 역주행 메가히트를 기록한 <Cruel summer>였는데 진짜 따라 부를뻔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The man>까지.... 왜인지 내가 다 벅찼다. 개인적으로 Lover 앨범을 가장 좋아해서 그런지 도입부부터 마구마구 도파민이 솟았다. (속으로 엄청 따라 불렀다.)

그저 갓 테일러

일반적으로 앨범을 낸 후 투어를 돈다고 하면, 그 앨범을 주제로 해서 하기 마련이다. 테일러는 총 10개의 정규앨범을 발매했는데, 이번 투어는 그 각각의 앨범을 'era'로 삼아서 콘셉트에 맞게 구성된 무대들이 이어진다. [lover - fearless - evermore - reputation - speak now - red - folklore - 1989 - (surprise songs) - midnights] era 순으로 진행된다. 


중간중간에 SoFi stadium의 관객들을 비춰주는데 나는 그게 약간 울컥 포인트였다. 진짜 온몸으로 행복함을 뿜어낸다고나 할까? 단순히 노래가 좋고, 좋아하는 가수를 봐서 행복하다는 것을 넘어서 노래를 들었을 '당시'의 내 모습, 내 상황, 감정 등이 떠올라서 더 그렇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이 지점에서 보아가 오버랩됐다. 보아의 노래들을 떠올려보면.. 내 초, 중, 고, 대학교 +a 시절까지 다...! 생각나니까. 그 시절의 노래를 들으면 유난히 더 울컥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출처: THE ERAS TOUR Concert Film Official Trailer

드론으로도 찍었는지 SoFi stadium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들도 나온다. 근데 와... 저 공연장 하나를 채우는 것도 일일 것 같은데 대체 테일러는 몇 번을 채운거여..... 진짜로 대단한 파워다. 

출처: THE ERAS TOUR Concert Film Official Trailer

중간에 테일러는 왜 eras tour를 기획하게 되었는지도 말해준다. 뭐랄까. 싱어송라이터만이 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의 이야기를 특히나 더 담아내는 테일러이기에 앨범 하나하나 마다 진실된 스토리가 있다. 음악적인 변화라든지, 그때 테일러가 담아냈던 감정이라 든 지가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음악들을 쉬지 않고 17년간 해왔다는 게. 진짜 인간적으로 존경스럽다. 10장의 정규앨범에다가, 쉬지 않고 왕성하게 곡작업을 하는 그녀. (8집 folklore 이후 9집 evermore 발매까지 5개월도 안 걸렸다는..^^)

컨트리 장르에서부터 팝, 락까지 넓어지는 음악 스펙트럼은 물론, 멋진 가창력(어떻게 3시간 내내 저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지?)과 행복한 퍼포먼스, 우리의 이야기를 다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콘서트 영화 (뮤직프레스, 23.10.10)


요새 'swiftonomics'라는 신조어도 생겼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12월까지 전 세계 투어가 잡혀있고(왜 한국은...ㅠㅠ) 매회 5-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전석 매진을 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수요가 더 크다 보니.. 후~ 언젠간 꼭 테일러 공연 실황을 보러 가리라!!



보아의 음악과 함께한 나날들

초등학교 때, 처음 보아의 노래를 접했다. 그 당시에는 최연소 가수라는 타이틀로 화제가 되었고, 가족 다 같이 모여 'ID: Peace B' 무대를 봤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 보니 1집 테이프도 샀었다... 짧은 1집 활동 이후 보아는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때 당시 서점 앞에 있었던 가사집(?) 같은 걸 보면서 뜻도 모르는 일본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집에서는 매일 <Amazing kiss>가 울려 퍼졌고...(엄마 미안) 노래방에서는 <氣持ちは傳わる>를 부르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의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는 보아의 일본 발매 노래들이 mp3 플레이어에 항상 있었다. 

일본 정규 1집 앨범 (2001년)

지금 와 생각해 보면 <Listen to my heart>가 오리콘 차트 1위를 하기 전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의 보아는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타국에서 어린 나이에 힘들었을 테고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수만 프로듀서도 공동 투자한 일본 기획사 Avex에게 '조금만 더 해보자' 설득해서 나온 게 <Listen to my heart>라고 한다. 그 이후로 보아는 일본에서 정상 자리를 꿰차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No.1> 정규 2집 앨범으로 정상에 오른다.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 활동기의 음악들이 명곡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Valenti>나 <기적>, <Jewel song> 외에도 수록곡들이 정말 좋다. (그리고 <the love bug> 도... 띵곡)


Flower (영상 링크)

Over ~Across the Time~ (영상 링크)


덩달아 나도 이 당시 J-pop을 들었는데 당시 돌아보면 여성 솔로가수들의 전성기였던 것 같다. 하마사키 아유미나 아무로 나미에는 물론 코다 쿠미와 오오츠카 아이, YUI, 이토 유나 등 좋아하는 가수들이 많았다. 확실히 K-pop 보다는 J-pop이 훨씬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이유에는 뭐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사였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던 내게, '나를 믿자'라는 메시지들이 담긴 J-pop은 큰 위로가 되었다.

일본에서 발표된 베스트 앨범(2005년)

보아는 일본에 2001년 데뷔한 이래 2007년까지 5개의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이 해는 보아가 20살이 되는 해다. 뭔가 내 기억 속에는 이 앨범을 계기로 일본 활동에서 기존의 보아 모습과는 조금 달라지는 듯했다. <Lose your mind>나 <영원> 등 대중성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해보지 않은(기존 대중성 있는 음악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음악을 택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보아는 미국에도 진출했다. 그다음 해인 2010년에 일본에서 7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했는데 이게 또 명반이다. 지금 앨범 소개를 보니 이 즈음부터 해서 작곡 작사를 시작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발표한 6집 <Hurricane venus>에서 <하루하루>, <Let me>가 자작곡인 것을 보면 점점 시도했던 것 같다. 


Possibility (영상 링크)


그리고 이 즈음부터 일본 활동보다는 한국 활동에 좀 더 무게가 실린 것 같다. 한국 7집 <only one> 발표를 하며 데뷔 이후 최초 자작곡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좀 더 여러 가지 노래들을 시도해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No matter what>에서 보아 보컬이 참 매력적으로 들린다. 중저음! 그래서 2020년에 나온 10집 정규 앨범에서 <Cut me off>를 들었을 때, 정말 잘 만들었다고 느꼈다. 


cut me off (영상 링크)


하지만 몇몇 인터뷰들을 보면 보아 본인은 대중성과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보아'라는 이름의 무게도 느끼는 것 같고. 그래서 2018년 <One shot, two shot>을 작업할 때 포인트 안무라든지 대중이 쉽게 각인할만한 것들을 배치시킨다든지 하는 시도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8집도 그렇고 '싱어송라이터'라는 틀에 갇히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전곡 프로듀싱 하면 의미 있지만, 보아에게 필요한 건 보아가 원하는 음악을 잘 구현해 주는 작사가/작곡가/기획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8집이 조금 아쉬웠기 때문이다. 가사 같은 것들을 보면 살짝 옛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그런 면에서 정규 10집은 팬이 아닌 일반 리스너들이 듣기에도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데뷔 20년이 넘은 지금도 매일 하는 것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트렌드를 익히고, 젊은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를 고민하는 사람. 2020년에 나온 20주년 기념 다큐에서 '성실이라는 단어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그건 보아일 것'이라는 말을 누군가 했다. 

smtown 유튜브 영상: 202020 보아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도 보아 같은 유형의 사람이다.(보아만큼은 아니지만) 항상 잘하고 싶고, 사람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만족 못하고. 다른 것도 다 잘 해내고 싶고. 솔직히 내가 더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것 같고. 끊임없이 아무도 뭐라 안 했는데 나를 새로운 도전 속에 몰아넣고 나만의 기준에 나를 욱여넣는다. 그래서인지 보아를 보고 감정이입이 더 된 것 같다. 그래서 <Little bird> 노래가 뭔가 더 와닿았다. 


마침내 난 꿈을 이뤘죠
넘어진 만큼 더 높이 뛸 수 있었죠
날다 보면 가다 보면
내 세상 열릴까
이 눈물 의미를 마침내
알 수 있을까

- 보아, Little bird



두 솔로 여자 가수의 노래들이 내게 남겨준 것


다양한 감정을 노래하는 화자가 여성이라는 것. 그게 사랑이든 일이든 뭐든 간에 그 자체로 더 위로받고 힘이 되고 공감이 간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15년 넘게, 일을 해오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큰 힘과 동기부여가 된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걸어 나가길 바라며 긴 글을 마무리!


댄스가수유랑단 


▶벅스 뮤직PD 채채의 사심이 들어간 보아 & 테일러 스위프트 노래 mix 플레이리스트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jNaeZQ_tBHLzIchfVEv00XqWzBL7X_Xk

들으면 힘이 뿜뿜하는 empowering 노래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jNaeZQ_tBHITWSdmYlOaKThlGB9r7pQ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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