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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익 Sep 08. 2024

지식과 개방성(D&O)

[구조적 사고, 논술] 논리와 상식이 충돌할 때. 


논술을 잘하려면 많이 알아야 하고. 새로운 것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지식(Data)과 개방성(Open mind)이 있어야 한다. 


'온고이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이게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논술을 잘하려면 지식이 있어야 하고, 논술로 얻은 결과가 낯설 경우라도 이 것이 논리에 맞으면 새로운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있어야 한다. 


논리와 지식은 총과 총알 관계다. 논리가 총이면, 지식은 총알이다. 총이 업어도 총알로 적군을 죽일 수 있다. 총알로 아주 세게 머리를 때리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총이 없으면 적군을 물리치기 아주 어렵다. 총알이 없어도 총만으로 적군을 물리칠 수도 있다. 육박전에서 개머리판으로 적군을 제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총과 총알을 둘 다 가진 경우보다는 이 또한 어려울 것이다. 


논술을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무조건 도움이 된다. 

다음을 예로 들어보자. 


'암호화폐의 가치는 무엇인가?'(조선일보 2021년 수습기자 논술 기출문제.)


신문사 에디터로 근무할 때 수년간 논술 문제를 내고 인터뷰를 했었다. 논술책을 정리하면서 언론사 논술 기출문제들을 보고 이들이 대부문 논리적인 사고를 시험한다기 보다 지식을 테스트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데 새삼 놀랐다. 위에 제시된 논술을 잘 하려면 구조적 사고, 즉 논리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경쟁력이 있는 답안지를 내기는 힘들다. 책도 좋지만, 매일 두가지 이상의 신문을 정독하는 것을 권한다. 고전은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지식을 준다. 신문은 그 시대에 꼭 알아야할 지식을 제공한다. 


지식이 많으면 논술할 때 더많은 에를 들 수 있다. 글이 그만큼 더 쉬워지고 설득력이 좋아진다. 


논술은 때때로 우리를 아주 낯선 세계로 데려간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결과가 우리의 상식이나 관습에는 어긋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식이나 관습이 시대의 변화를 못따라가는 경우 이런 경우가 더 많다. 


수년전 남자 아이돌 가수의 반려견이 한정식집 주인을 물어 죽게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사람을 문 개를  안락사시킨다. 사법적으로 사형을 선고한 게 아니다. 사람을 문 개이기 때문에 언제든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사람들이 학대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안락사를 시키는 게 사람이나 그 개에게 가장 좋은 차선책이라고 사회가 판단한 것이다. 아이돌 가수 반려견의 경우 안락사를 시키지 않았다. 아이돌이 합의금과 과태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사법적으로는 한정식집 주인을 문 개의 고의성을 판단해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논리적으로는 그런데, 개의 고의성을 판단한다는 게 왠지 말이 안되고 심지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 한국에서는 이런 사법적 판단에 들어가는 사법비용이 그 결과로 사회에 주는 이익보다 작다고 판단해 개를 사법적 판단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개가 고의성을 갖고 사람을 죽인 경우 개의 주인이 아니라 해당 개를 처벌한다. 군견의 경우 적군을 죽이도록 고도로 훈련을 받는다. 그런 개의 주인이라면 개에게 보상을 주고 원한이 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 경우 개는 보상을 바라고 훈련 받은 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이를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위에서 개를 사람으로 바꾸면 모든 내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논리와 상식이나 관습에 모두 맞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어를 개로 바꾸어도 논리적인 구성은 똑같다. 하지만 개가 고의성을 갖는다는 건 왠지 우리 상시게 맞지 않고, 개를 사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관습에 어긋나 보인다. 


논리가 우리를 낯선 결과로 안내한 경우다. 


이런 경우 개방성이 있는 사람은 상식과 관습에 어긋난 결과를 더 빨리 받아들인다. 그 결과 새로운 상식과 관습이 생긴다. 이런 사람이 많을 수록 사회제도는 더 빨리 발전한다. 


개념과 범주편에서 설명했듯 유럽연합(EU)은 범용인공지능(AGI)이란 개념조차 없던 2017년에 이미 AI가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경우라면 그를 만든 엔지니어가 아니라 AI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AI도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어떤이는 '전원을 끄는 건가?'라고 하고 어떤 이는 '프레스로 찍어 고철로 만들면 되겠군'이라고 한다. 새로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개방성에서 EU에 뒤떨어졌다는 방증이다. 


개방성이 있다는 건 내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를 탄력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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