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AI 감옥 보내기] 통념은 개념이 없다.
‘AI가 사람을 죽인 경우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하면 십중팔구 가능 여부보다는 ‘어떻게 처벌하지’라고 반문한다. ‘전원을 끄면 되나’고 하는 사람도 있고, ‘폐차장 프레스로 찌그러뜨리면 되겠군’이란 사람도 있다.
통념이 개념을 뒤흔든 대표적인 경우다, 살인죄라는 개념은 법으로 확정됐다. 골자만 말하면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경우가 살인죄에 해당한다. 개념이 명확하기 때문에 고의성 여부만 판단하면 살인죄 여부가 결정된다.
AI란 생소한 단어가 살인죄란 개념을 흔들었다. 현실사회에서 AI의 살인이 어떻게 처리되는 지 아직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살인죄는 사람에게만 해당한다는 통념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기억이 형성한 맥락을 토대로 판단한다. 기억속에 AI의 살인이라는 개별 사건은 전무하다. 그나마 터미네이터 등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파괴자를 본 게 전부다.
이같이 기억에 없는 사건과 명확한 개념이 충돌할 때 저자를 판단에서 배제해야 한다. AI란 단어를 살인죄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완전히 빼더리는 것이다.
‘A가 사람을 죽인 경우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와 같이 무의미한 상징을 대입해 생각을 하면 살인죄라는 개념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비행기를 운전하는 흑인을 무엇이라고 하는가’란 질문도 마찬가지다.
민영 항공 출범 초기 흑인 파일럿은 보기 드물었다. 기억속에 없는 사건과 파일럿이란 개념이 충돌한 것이다. 흑인이건 백인이건 상관없이 비행기를 운전하는 자를 파일럿이라고 한다. 파일럿이란 개념도 명확하다. 하지만 파일럿은 백인이란 통념이 개념을 흔들었다. 이 경우도 흑인의 자리에 무의미한 상징인 A를 넣으면 파일럿이란 개념이 보다 쉽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