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달러를 죽이나?] 미국 나홀로 성장에 달러 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원하는 강달러는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이 바탕이 되는 달러의 힘을 을 뜻한다. 이는 월가 금융세력의 생각과는 다르다. 유대 금융세력은 세계화를 통해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결과로 달성된 강달러를 원한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으로부터 되찾아오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재집권 이후는 한층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중국이 멕시코를 경유하는 식의 편법 수출을 모색하자 멕시코산 제품에도 10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았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했던 중국은 고율이 관세로 대미국 수출액이 줄었다. 내수가 이를 상쇄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내수침체와 부동산 시장 붕괴로 5%대 미만의 성장률까지 떨어졌다 다. 5% 미만 성장률은 중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에 과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노랜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과 EU 등 주요 경제권과는 달리 나홀로 경조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국채 투자가 늘면서 달러는 지속적인 강세를 띠고 있다. 11월 재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강달러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3년 10월18일 올해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2분기(4.7%)에 이어 두분기 연속 성장률이 5%대 밑으로 떨어졌다.
5%대 성장은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서는 경제의 마지노선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대미국 수출이 줄면서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으로 전략의 뱃머리를 돌렸었다. 15억명의 인구 중 내륙 산간지역에 사는 하층민 6억명이 석유를 사용하는 수준까지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면 대미국 수출이 줄어도 경제가 그럭저럭 굴러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같은 중국 정부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심각한 부실 상태에 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중국 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부실 자산에 대해 매년 약 2조8000억위안(약 4160억달러)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2조2000억위안보다 30% 가량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PF 부실률은 약 4.4%였으며, 2025년에는 6.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부담은 더 커졌다. 전년 동기 대비 4.6%라는 3분기 성장률이 월가의 전망치(4.5%)를 소폭 웃돌긴 했지만 연간 5%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이 4.8%에 그쳤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에 5%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선택은 막대한 경기부양책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9월말 1조위안(약 190조원)의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 10월 들어선 연말까지 부동산 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모를 1조7700억위안 늘리기로 했다. 기준금리도 더 인하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애써 테연한 모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3분기 복잡한 외부 환경이 있었지만 생산·수요 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며 시장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내수 장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개월 연속 0%대 상승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고하면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계획대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면 중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1980년대 후반 프라자합의로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가 중국 정부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한다. 일본 정부는 1984년 프라자합의로 엔화를 강제로 평가절상했다, 대미국 수출 감소로 제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최근 일본의 장기침체가 강제 환율조정의 결과가 아니라 경쟁력 약화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긴 했지만 환율조정과 일본의 장기불황이 인과관계가 없는 단순한 선후관계로 보기는 힘들다.
2001년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대미국 수출액이 매년 큰폭으로 증가했다. 실제 2001년 1022억달러였던 중국의 대미국 수출액은 2017년 5050억달러로 500% 가까이 커졌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중국의 대미국 수출액은 4000억달러 대로 떨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다시 5000억달러 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이전의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은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다양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예컨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는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25%에서 네배 증가한 것이다.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25%에서 50%까지 인상됐다.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는 7.5%에서 25로 관세가 오른 상황이다.
중국의 WTO 가입은 월가 금융세력 입장에선 매년 5000억달러의 달러 수요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달러발행권을 가진 유대 금융세력의 쾌속질주에 제동을 건 셈이다.
경제 분석 업체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중국의 공장 생산량 감소는 한국, 일본, 대만의 대중국 첨단 중간재 수출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디플레 수출도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세계 수요에 의존해 (디플레 수출로) 경제를 되살리려고 한다면 세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대중국 수출액은 2022년 1558억달러에서 2023년 1248억달러로 감소했다. 20% 가량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내수부진과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다.
반면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골디락스(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 기대가 커졌다. 2023년 9월 소매판매 전달보다 0.4% 커지면서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고, 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이를 반영해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을 3.4%(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로 제시했다. 3분기 성장률 추정을 시작한 지난 7월 말만 해도 2.8%였는데 3개월도 안 돼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JP모간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완화와 고용 안정을 모두 달성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미 재무부가 2023년 10월17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자본시장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량은 8조5030억달러(약 1경1653조원)로 전달보다 1.98%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11.5% 늘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지만 외국인 미 국채 보유량은 4개월 연속 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3개월 연속 미 국채를 늘린 일본은 총 1조1290억달러를 보유해 최다 보유국 지위를 유지했다. 영국(7439억달러), 케이맨제도(4195억달러), 룩셈부르크(4020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세피난처에 자산을 보유한 기업과 개인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투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증시와 기업 거래시장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8월 미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본은 648억달러(약 88조8600억원)로 전월 대비 211억달러 증가했다.
증시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7% 오른 43,239.05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다른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3년 10월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1원10전 오른 1369원70전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엔화는 이날 장중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0.26엔까지 올랐다.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나타낸 것은 글로벌 달러 강세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7일(현지시간) 103.76까지 올랐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여기저기 나오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