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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규제하면 추가 관세" 때리겠따는 트럼프

by 김창익

트럼프의 경고: “빅테크 규제 = 추가 관세”

유럽연합과 주요 우방이 미국 빅테크에 강한 규제를 도입하면, 미국은 추가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가 발표됐다. 규제의 명분이 소비자 보호·경쟁 촉진이라 해도, 트럼프는 이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로 규정한다. 기사에서 정리된 각국 조치—EU의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 영국의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 일본의 플랫폼 거래 투명화 요구, 한국의 데이터 규제·플랫폼 책임 논의—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미국 기술 패권에 대한 제약”으로 해석하고, 관세를 외교·통상 레버리지로 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빅테크 자유화와 국가 개입의 병행

트럼프는 구글·애플·메타 등 미국 플랫폼을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효율을 내는 무형 자산’으로 본다. 그래서 국외 규제에 맞서 자유무역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필요할 때는 정부 개입을 통해 산업 방향을 조정한다. 반도체·클라우드·인공지능 인프라 같은 전략 영역에서는 보조금, 조달, 규제 설계를 활용해 기업의 행동을 유도한다. 표면상 “규제 반대”지만, 실제로는 “우리 규제, 우리 기준, 우리 이익”을 우선하는 선택적 개입이 공존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제조업은 보호무역으로 방어

철강·자동차·기계 등 전통 제조업에는 상시적 고율 관세와 원산지 요구, 안보 명분의 수입규제가 결합된다.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가격장벽으로 수입을 억제해 내수 점유율과 일자리를 방어한다. 둘째, 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되돌리게 만들어 공급망을 안보 영역으로 편입한다. 셋째, 협상 카드로 활용해 양자 간 무역 양 concessions을 끌어낸다. 이 조합은 러스트벨트의 정치적 기반을 견고히 하면서 “제조업 부흥”이라는 간명한 슬로건으로 대중성까지 확보한다.


이중구조의 논리: 서비스는 열고, 제품은 닫는다

핵심 프레임은 간단하다. 수익성과 스케일이 큰 디지털 서비스는 국경을 낮출수록 미국이 유리하다. 반대로 가격경쟁이 치열하고 표준화된 제조품은 국경을 높일수록 국내 고용과 정치적 보상이 커진다. 그래서 트럼프식 조합은 “서비스 자유화 + 제조 보호”로 수렴한다. 이때 관세는 규제완화 협상을 관철하는 압박 수단이자, 보호관세의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상징 장치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이 보는 구조적 위험

전문가 분석은 대체로 세 가지 우려를 지적한다. 첫째, 정책 일관성 결여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상황별로 전환하면 규칙 예측가능성이 낮아져 투자·공급망 의사결정이 지연된다. 둘째, ‘국가 자본주의’적 성격의 강화다. 정부가 산업 승자 지정, 보조금·조달·규제의 믹스로 시장결과를 재편하면 단기 성과는 나올 수 있으나, 장기 혁신과 경쟁은 위축될 수 있다. 셋째, 동맹관리 비용이다. 디지털 규제를 소비자 권리와 데이터 거버넌스의 문제로 보는 유럽과, 이를 산업정책·세원확보로 해석하는 미국 사이의 인식차가 커질수록 상호 보복과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럽 규제와 미국 반격의 충돌 지점

EU의 DMA·DSA는 시장지배력 남용 억제, 자사우대 금지, 데이터 결합 제한, 콘텐츠 책임 강화 등을 목표로 한다. 영국은 ‘전략적 시장 지위’ 사업자에 맞춤형 의무를 부과하고, 일본은 앱마켓·광고 거래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한국도 뉴스사용료, 망 이용대가, 불공정 약관, 데이터 이동권 등에서 플랫폼 책임 강화 논의가 지속된다. 트럼프의 관세 카드가 실제 작동하면, 유럽의 디지털 규범 확산 전략과 미국의 산업보호 전략이 정면 충돌한다. WTO 규범은 디지털세·규제와 관세 보복의 적법성을 명확히 다루지 못하고 있어, 결국 양자 협상과 보복의 악순환이 길어질 소지가 있다.


시장·기업에 미칠 파급효과

빅테크 기업에는 두 갈래 압력이 동시에 작용한다. 규제는 데이터 결합·자사우대를 제한해 사업모델의 조정과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키운다. 반면 미국의 관세 압박은 해외 규제 강도를 완화시키거나 시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노린다. 제조업은 더 직격탄이다. 자동차·배터리·철강 등 대미 수출 품목은 관세·안보 규제로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 공급망은 ‘정치적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 다변화되며, 이는 최종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에 파급된다.

한국의 선택지와 리스크 관리

한국은 플랫폼 규범 정비와 대미 제조 수출 의존도가 동시에 높은 구조다. 디지털 규제 강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정치적 반발과 보복 관세 리스크가 달라진다. 한편 자동차·배터리·철강은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리스크를 상시 관리해야 한다. 대응의 기본축은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 규제는 경쟁·소비자 보호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대상을 기술중립적으로 설계해 ‘미국 기업 특정’ 인상을 줄인다. 둘째, 제조업은 북미 생산 비중과 현지 조달률을 높여 관세·안보 규제를 우회한다. 셋째, 양자·다자 채널에서 상호 승인·데이터 이전·표준 협력을 묶은 패키지 협상을 병행해 불확실성을 줄인다.

결론: ‘영원한 협상’의 비용을 줄이는 법

이번 신문이 포착한 장면은 트럼프식 통상 철학의 압축판이다. 빅테크에는 자유화의 언어, 제조업에는 보호의 도구, 그리고 모든 장면에는 관세라는 힘의 수사학이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이 이중구조가 단기 성과와 정치적 보상에는 유리하되, 규칙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장기 성장의 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실적 해법은 규범과 산업정책의 교집합을 넓히는 것이다. 데이터 거버넌스·경쟁 질서·안보 공급망을 서로 인정하는 거래를 통해, ‘규제 대 관세’의 제로섬을 ‘규범+시장 접근’의 포지티브섬으로 전환할 때, 영원한 협상의 시대는 비용은 낮추고 효용은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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