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원인
1920년대 미국은 자동차, 전기, 가전제품의 보급과 함께 대량생산 체제가 정착하면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 속도가 임금 상승 속도를 앞질러 공급은 넘쳐나는데 구매력은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상위 계층은 주식과 투자로 부를 늘렸지만, 중하위 계층의 임금은 정체되었고, 부족한 소비 능력을 메우기 위해 신용과 할부가 동원되었다. 이 신용 소비는 단기적으로 수요를 끌어올렸지만 결국 가계부채를 쌓아 올려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은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다. 낮은 금리와 느슨한 신용 덕분에 주식시장이 과열되었고, 마진거래와 같은 투기적 대출이 성행했다. 기업 실적과 동떨어진 주가 상승은 거대한 거품을 형성했고, 중소 은행들은 위험 관리 장치 없이 대출을 남발했다. 1929년 주가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헐값에 팔았고, 은행은 연쇄적으로 파산했으며, 시장의 유동성은 급속히 말라붙었다.
이 충격은 곧 실물경제로 확산되었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축소했으며,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소비를 줄였다. 구매력이 다시 감소하면서 수요가 더 위축되었고, 생산 축소와 실업 증가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 결과 생산성의 비약적 성장과 구매력의 정체라는 불균형, 그리고 금융 시스템의 신용 붕괴가 결합해 전례 없는 경제 붕괴, 즉 대공황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대공황의 근본 원인은 단순한 주식시장 폭락이 아니라, 기술과 생산성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배 구조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구매력이 급감했고, 금융의 과잉 신용이 이를 억지로 메우다 유동성 위기로 무너진 데 있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금융공황과의 유사점과 차이점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두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실물경제로 확산된 대표적 위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사건 모두 자산 버블과 과잉 신용이 무너지는 순간 금융시장이 흔들렸고, 이어서 유동성이 말라붙으면서 소비와 투자가 급감하고 실업이 폭증했다. 대공황에서는 주식시장 과열과 마진거래 붕괴가 은행 파산으로 이어졌고, 2008년에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금융기관 도산과 신용 경색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근본적 배경은 달랐다. 대공황은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임금과 분배 구조가 따라가지 못해 구매력이 정체되면서 수요가 부족해진 것이 뿌리에 있었다. 공급은 넘쳐났지만 소비 여력이 따라주지 못했고, 신용 소비가 이를 억지로 메우다가 금융 붕괴로 이어졌다. 반면 2008년 위기는 이미 성숙기에 있던 소비 시장보다 금융시스템 내부의 취약성이 중심 원인이었다. 주택가격 상승에 기댄 과잉 차입과 파생상품의 확산이 위기를 증폭시켰고, 이는 단순한 수요 부족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공학이 낳은 구조적 문제였다.
금융 구조의 차이도 뚜렷했다. 대공황 시기의 금융은 비교적 단순했고 은행과 주식시장이 위기의 핵심 무대였던 반면, 2008년에는 MBS, CDO 같은 파생상품과 글로벌 투자은행, 보험사가 얽힌 복잡한 네트워크가 위기를 키웠다. 대응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대공황 당시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본위제에 묶여 통화 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오히려 긴축적 대응을 하면서 위기를 심화시켰지만, 2008년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속히 유동성을 공급하고 양적완화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쳐 대공황만큼의 장기 침체를 막을 수 있었다.
결국 두 사건은 모두 자산 거품과 신용 붕괴가 실물경제를 마비시킨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대공황은 생산성과 분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실물경제의 취약성이 금융 붕괴로 이어진 사건이었고, 2008년 위기는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불안이 실물경제를 덮친 사건이었다고 구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