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이 보는 화폐 전쟁의 구도
1. 화폐는 곧 권력이다
김창익의 경제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화폐는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관점이다. 그는 경제를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보지 않는다. 화폐를 누가 발행하고, 어떤 자산과 연계하며, 그 흐름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곧 정치·군사·외교 권력의 근간이 된다고 이해한다. 금본위제 시대에는 금이, 석유-달러 체제에서는 석유와 국채가, 그리고 21세기에는 데이터와 디지털 자산이 권력의 핵심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분석 틀에서 “화폐 전쟁”은 곧 “패권 전쟁”이다.
2. 달러와 월가: 기득권 권력의 심장
김창익은 1971년 닉슨이 금태환을 중단한 사건을 세계 화폐 전쟁의 분수령으로 본다. 이른바 닉슨 쇼크 이후 달러는 금과 분리되었지만, 미국은 곧바로 석유와 달러를 연결하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과 맺은 석유 거래 협정을 통해, 원유는 달러로만 결제되는 국제 규범이 되었다. 이로써 미국은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 무제한의 신용을 얻었고, 월가는 그 신용을 전 세계 자본 시장으로 확산시키는 허브가 되었다.
김창익은 이를 “달러-석유-국채 삼각동맹”으로 요약한다. 미국은 달러를 찍고, 이를 국채 발행으로 흡수하며, 석유 무역으로 달러 수요를 전 세계에 강제한다. 월가는 이 체제를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금융 이익을 독점한다. 그의 시각에서 월가는 단순한 금융 기업 집합체가 아니라 세계 패권 질서를 떠받치는 핵심 권력 장치다.
3. 빅테크: 데이터 제국의 부상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새로운 변수, 즉 빅테크가 등장했다. 아마존, 구글,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 세계의 데이터를 독점하기 시작했다. 김창익은 데이터를 “21세기의 새로운 석유”로 본다. 과거 석유가 달러 수요를 강제했다면, 이제 데이터는 플랫폼 의존을 통해 사용자를 종속시킨다.
이 과정에서 빅테크는 단순한 IT 기업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를 잠식하는 세력으로 진화했다. 애플페이, 구글페이, 아마존 페이먼트 같은 결제 서비스, 페이스북(메타)의 디엠(Diem) 프로젝트, 그리고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같은 중국형 플랫폼 금융은 그 전형적인 사례다. 김창익은 이러한 현상을 “금융이 기술 속으로 흡수되는 과정”이라고 규정한다. 즉, 금융이 월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데이터 제국의 부속 기능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4. 크립토: 탈중앙 화폐의 실험
김창익의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크립토, 특히 비트코인이다. 그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기 자산이나 기술적 호기심으로 보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최초의 디플레이션 화폐라고 평가한다. 발행량 상한이 2100만 개로 고정되어 있는 비트코인은 금처럼 희소성을 내장하고 있으며,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는 특정 국가나 기관이 통제할 수 없다. 김창익은 이를 “새로운 기축통화 후보”로 본다.
여기에 이더리움과 스테이블코인이 결합하면서, 블록체인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탈중앙 금융 인프라로 발전했다. 디파이, NFT, DAO 등은 모두 달러-월가 체제 밖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금융 실험이다. 김창익은 이를 “화폐 권력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도구”로 해석한다. 기존 금융 시스템이 중앙집중적 권력에 봉사한다면, 크립토는 분산된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다.
5. 빅테크와 크립토: 같은 진영의 동맹
김창익은 빅테크와 크립토를 별개의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두 세력이 월가에 맞서는 연합 진영이라고 본다. 빅테크는 막대한 사용자 기반과 데이터 인프라를 갖고 있고, 크립토는 탈중앙 기술과 새로운 화폐 모델을 갖고 있다. 빅테크가 크립토 기술을 흡수할 경우,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용자에게 곧바로 대체 금융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디엠 프로젝트, 테더와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의 블록체인 실험은 이 두 축의 연합을 보여준다. 김창익의 관점에서 이는 곧 **“월가 vs 빅테크+크립토”**라는 이분법적 전쟁 구도로 정리된다.
6. 2008년 금융위기: 균열의 시작
김창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파생상품 붕괴는 월가의 신용 시스템이 얼마나脆弱한지 드러냈다. 그는 이를 “월가 무적 신화의 붕괴”라고 표현한다. 바로 이 시기에 비트코인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달러-월가 체제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대안 화폐 모델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다.
7. 스테이블코인 법안: 전선이 드러나다
최근 미국에서 제정된 GENIUS Act, 즉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김창익 시각에서 보면 월가가 크립토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면서 동시에 통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법안은 은행 면허가 있는 기관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하고, 준비금을 달러나 미국 국채에 묶어두도록 강제한다. 이는 곧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되, 달러-국채 시스템에 종속시키려는 장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월가는 스스로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를 제공하면 6조 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간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곧 스테이블코인이 월가보다 더 높은 효용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같다. 김창익은 이 지점을 “월가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자백한 사건”으로 본다.
8. 화폐 전쟁의 현재 구도
따라서 김창익이 보는 현재의 화폐 전쟁은 세 갈래 구도로 요약된다.
월가는 달러-국채-석유를 기반으로 한 전통 패권 체제를 지키려 한다.
빅테크+크립토는 디지털 인프라와 탈중앙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화폐 권력을 창출하려 한다.
정부와 규제당국은 두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지만, 실제로는 월가 편에 서서 기존 질서를 방어하는 경우가 많다.
김창익은 이 대결이 단순히 경제 영역의 경쟁이 아니라, 21세기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권력 전쟁이라고 강조한다. 화폐는 곧 군사와 외교, 기술 패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9. 미래 시나리오
김창익은 장기적으로 달러-월가 체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 내 정치적 분열, 부채 누적, 인플레이션 압력은 달러 신뢰를 흔들고 있다. 동시에 빅테크는 더 많은 사용자를 금융 네트워크에 흡수하고 있고, 크립토는 탈중앙화와 희소성을 무기로 신뢰를 축적하고 있다. 그는 이 흐름이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화폐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21세기 후반에는 새로운 패권 질서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10. 결론: 김창익의 메시지
김창익의 글쓰기는 독자에게 단순히 투자 지침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숫자가 아니라 권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권력은 언제나 화폐를 매개로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월가와 빅테크+크립토의 대결은 새로운 화폐 전쟁의 서막이다. 그는 독자에게 이 전쟁의 흐름을 읽어내는 법을 가르치고, 나아가 개인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즉, 김창익이 보는 화폐 전쟁의 구도는 단순한 경제 뉴스의 나열이 아니라, 미래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는 거대한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