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이야기
싸리나무가 둘러진 마을 놀이터
담장 안에 자리 잡은 정자는
밤낮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팥죽색이 되었다
어젯밤엔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 돋아난
머슴아들 대여섯 머물다 간 듯
빈 담뱃갑과 피우다만 담배꽁초
찌그러진 맥주캔은 바닥에 자유롭게 뒹굴며
흔적으로 남았다
담배 한 대 피워 물지 않고도
인생을 잘 살아왔노라 말하는
아버지들이 보았다면
철없이 웃자란 젊음을
이해할 수 없어 혀를 끌끌 차며
출근을 서두르겠지
요즘 아이들은 또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며
살길을 찾느라 얼마나
힘들고 답답한지
어른들은 우리 맘 다 모른다며
캔 뚜껑을 따고 답답한 마음을
담배연기에 담았겠지
혹시 불량한 마음으로 모였을지라도
그래 힘들지 그렇게 생각해 주기로 하자
그러다 보면 또 좋은 길을 찾기도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겠지
모나미 볼펜 똥을 닦으며 밤새
연애편지를 썼던 아버지들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가끔
밤이슬을 맞으며 빛나는 별들에게
나는 언제쯤 반짝반짝 빛나겠냐고
하소연할 때는 없었는지
설익은 은행알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비바람에 몸부림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더니
부족함 없이 만족할만한 어른이 되었는지
자신을 돌아보며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하나
끝없는 아쉬움과 감출 수 없는
허탈감은 경험하지 않았는지
늦은 밤 정자에 모여 꽁초를 던지며
캔을 따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다 내 아들 같아서 모두
탄탄한 자리 하나씩 내어 주고 싶지만
양질의 밑거름이 되어 주지 못하고
야외용 돗자리 하나 펴주기도 힘든
현실이 안타까워 혹시나
그 얇은 돗자리마저 비비적거리다
찢어질까 마음 졸인다
세상 모든 부모들은 정자 뒤편에서
철없는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소리 없는 응원으로 그림자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