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을 팔각정옆에서

생활 속 이야기

by 수국


위로 먹고 옆으로 싸는 버릇이 있는 나는

불과 물을 지나 철공의 땀 속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나를 등에 업고 뒷동산에 올라

팔각정 옆에 세우더니 여기가 너 있을 곳이야

그러면서 내 발등에 대못을 꽁꽁 박았다.

그날 저녁 팔각정에선

새내기들의 성년파티가 열렸다.

성년의 날을 맞아 오늘부터

성년이라며 부어라 마셔라

그들의 거대한 파티 끝 지점은

하늘을 휙 휙 날다 떨어지는

치킨박스와 그 속에서 튀어나온

살점 잃은 뼈들은 내 머리통을 치고

윷가락처럼 흩어졌다.


단무지 서 너 조각 껴안은

스티로폼 도시락은 양팔 벌리고

공중회전을 하며 길바닥에 엎드렸고

찌그러진 맥주 캔들은 내 발등에

오줌을 지리며 나동 그러 졌다.


뒷걸음질로 껑충껑충 올라온 아저씨는

담배꽁초 하나 휘익 던져 주고는 지나갔다

처음 본 예쁜 언니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도

나는 배가 고팠다


아파트 앞마당에 자리 잡고

비닐, 종이, 캔, 유리병, 플라스틱

골라 먹는 재미가 솔솔 한

키 큰 내 친구들이 부럽다

나는 배고픈 쓰레기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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