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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Feb 06. 2024

슬픔도 그리워질 때가 있을까.

길 위의 인생


열세 살 소년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험한 산악지역에서 등짐을 지고 짐꾼으로 살아가는 한 소년의 눈물을 보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도 못 가고 어머니를 도와 등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며 연세 드신 어머니가 걱정되어 눈물을 흘리던 소년이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어머니를 뒤에서 지켜보기 힘들어 엄마보다 앞서 간다. 어머니보다  앞서 가도 뒤따르는 어머니가 걱정된다. 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어머니가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린다.


 “엄마 힘들지? “ 아들은 엄마를 바라보며 묻는다. 아들의 눈을 바라본 어머니는 말이 없다. 어머니에게 힘들면서 왜 따라나섰냐고 한마디 툭 던지고는 가난이 서러워 눈물을 펑펑 쏟는다. “형편이 어려운데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 어머니는 자신이 힘든 것보다 어린 아들의 눈물을 보는 것이 더 안타깝고 힘들다. 어린 아들의 눈물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마음을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더 아프다. 아들은 어머니가 애처롭고 어머니는 힘든 아들을 보는 것이 더 가슴 저리다.


등짐을지며 삶이 힘들어도 꿋꿋이 견디는 어머니의 마음은 오직 하나. 사업가를 꿈꾸는 아들을 공부시켜 그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머니는 등짐을 지며 학비를 모아 아들을 학교 보내주려는 마음뿐이다.


수남이를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수남이 나이 때 달걀 한종다래끼를 들고 한 시간 동안 내리막 길을 걸었다. 왼손 오른손으로 옮겨 쥐며 내 몸은 깨져도 달걀만은 지켜야 했다. 고무신에 땀은 차고 미끌미끌 튀어나가는 발을 붙잡아 두기 위해 발끝에 온 힘을 다 쏟았다. 그때 발등을 감싸는 운동화라도 신었더라면 아마도 날아다녔을 것이다.


가끔 심부름 갔던 달빛여관에 달걀을 가져갔다. 달걀을 전해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필요 없다.” 고 한마디로 끝낼 때 난감했다. 다른 식당에 가서 달걀 살 거냐고 물어봐야 했고 안 산다면 그냥 맡겨두고라도 학교를 가야 했다. 산골 아이의 입장을 봐서 아주머니는 “달걀이 있는데” 하면서도 받아주었다.


종다래끼를 들고 여관으로 들어갔을 때 그 집 아들 내 친구는 학교 간다고 가방 들고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때 수치스럽고 민망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내 엄마가 야속하고 미웠다. 어린아이 입장을 봐준 식당주인의 그 마음은 너무너무 고마웠다.


종다래끼에서 해방되어 날아갈 듯 학교로 달려갔지만 지각이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서둘렀어도 먼 거리와 달걀에 발목 잡혀 지각생이 된 것이다. 그럴 때마다 복도에서 벌 받으며 자존심인지 자존감인지 모를 그 어디쯤은 낮아지고 허물어졌다.


초등학생에게 우리 엄마는 뭘 믿고 달걀을 들려 보냈을까. 그 험한 산길을. 우리 엄마의 믿음이 큰 건지 무모한짓인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달걀을 한 번만 깨버렸으면 못한다고 앙탈이라도 부렸으면 달라졌을 텐데. 발이 쭐떡 쭐떡 미끄러질 때 엉덩방아를 찧고 달걀 한 종다래끼를 비탈길에 쏟아 버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삼사십  달걀은 데굴데굴 굴렀을 것이다. 자갈돌에 부딪치는 순서대로 5cm 10cm 거리를 두고 퍽퍽 깨졌을 것이다. 하얀 알끈을 사이에 두고 흰색과 노란색이 적당히 배합된 비탈길은 번쩍번쩍 빛났을 것이다. 어쩔  몰라 초록 짙은 풀밭에 풀석주저 앉아 엉엉 울며 도움의 천사를 기다리는 여자아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폭의 그림이다. 이렇게 그림동화  편만 그려냈으면 더럽게 혼나고 그다음 등굣길은 편안해졌을 텐데. 한번 아니면  , 삼세판이면 달걀종다래끼에서 해방되었을 것이다.


어렸지만 힘든 엄마의 삶을 잘 알았기에 달걀하나 허투루 대할 수 없었다. 너무 일찍 철들었는지 책임완수 잘하는 착한 아이가 내 삶을 더 힘들게 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우리 곁에는 알게 모르게 또 다른 수남이가 있을 것이다. 가난의 벽을 넘기 위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애쓰는 수남이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어린 꿈이 꼭 이루어지길 마음으로나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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