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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Jan 01. 2024

단순하게 살자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을 보면  부족함을 느낀다. 손에 잡힐  잡히지 않는 시간에 이끌려   해는 가고 새해는 밝아온다. 씨방을 크게 짓고  영근 씨앗을 가득 채우리라. 들풀처럼 꿋꿋하게 살아가리라.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작아도 단단하게 살아가리라.


여리지만 강한 척 살아온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조용히 쉬어가기로 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단순하게 살자.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욕심을 내려놓지만 뭐라도 잘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이제는 몸과 마음과 정신 건강을 챙기며 살자.


마음과 생각은 물론이고 생활용품들까지 버릴 것이 많다. 잘 사용하지 않는 애매한 물건들을 재활용 분리배출로 다 내어 놓는다. 단순하게 살자. 생활용품들과 함께 아쉬운 미련까지 둘둘 말아서 버리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꼭 필요한 것 외엔 짐은 늘리지 말자. 옷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며 버리지 못하고 장롱문을 닫는다. 버리자. 버리자 하면서도 못 버리는 이유는 뭘까. 아직도 버릴 것이 더 많은데.


집안 살림살이를 한판 휘저어 놓고는 두 발로 걷기라도 하자. 대문을 박차고 나간다. 산으로 올라갈까. 공원을 걸어볼까. 동네 한 바퀴 돌아볼까. 어디로 가볼까. 재래시장으로 갈까. 대형마트로 갈까. 지하상가를 가볼까. 생각을 비우고 단순하게 살자. 꿈꾸면서도 한 가지를 시도하기 위해 역시나 생각이 많다.


쌀쌀한 날씨에도 한낮 햇살은 따뜻하다. 동네 주변을 한참 걷는다. 두꺼운 옷 때문인지 등짝이 축축해진다. 짧은 시간에도 땀이 나도록 걸었다는 만족감에 파르르 끓어올랐던 열정은 순식간에 꼬리 내리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생각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계단 오르기가 좋다고 했지. 편안함을 좋아하지만 예정에도 없었던 계단 오르기를 시작한다. 5층도 못 가서 헉헉 두 다리는 후들거린다. 젖은 등은 더 꿉꿉하고 얼굴에는 땀이 맺힌다. ‘단순하게 살자.’ 마음을 비우자. 나를 찾자. 한해의 마지막 난간에 서서 한 계단 한 계단 무겁게 오르며 다짐을 한다. 후유, 큰 숨을 내쉬며 대문 앞에 서기까지 땀나도록 걸었다.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쓰다듬으며 오늘도 수고했어. 한 해동안도 잘 살았으니 감사하다. 땀 한 방울 흘리며 계묘년을 보내고 마음을 비우고 다가오는 갑진년을 반가이 맞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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