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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Dec 08. 2023

중독자들

하루하루 시간은 가고


 “넌 분명 탄수화물 중독이야 탄수화물이 문제라니까.” 누구의 충고도 귓등으로 흘려듣지만 몸 일부의 삐걱 거림은 스스로 심각단계임을 깨닫게 된다. 먹는 일에 진심을 다한 결과는 내장지방 주의, 골격근 부족, 체중 높음, 근육은 키우고 체중은 빼라는 경고를 받는다.


 “간헐적 단식을 하라.” 한 달만 해보면 몸이 달라질 거라고. 한 끼만 굶어도 세상 다 살은 듯 슬픈 이에게 먹는 즐거움을 빼면 무슨 재미로 배고픔을 참아가며 살아란 말인가. 간헐적 단식은 시도하기도 전에 뱃속은 이미 허기를 느낀다. 그래도 알코올중독보다는 탄수화물중독이 더 낫다고 반박하며 먹는 일에는 진심을 다한다.


 그러면 삼시세끼 탄수화물 먹는  이상할까? 매일 혼술 하는  이상할까? 탄수화물과 술을 좋아하는  마음을 저울에 올리면 저울추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을 만큼 팽팽하다. 혼술이 그렇게 당당할 일인가. 언제부터 우리가 탄수화물을……


 필름이 끊기도록 술을 마시고 집으로 기어갔는지 걸어갔는지 계단에 앉아서 울었는지, 화장실 변기에 엎드려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는 술꾼도 술은 분위기 따라 마시는 거라고 한다. “혼술은 무슨 맛으로 마시느냐. 혼술을 즐긴다면 알코올중독이다.” 단호하다.


 밥반찬으로 전을 구우면 서둘러 막걸리를 챙기고 매운탕을 끓이면 소주부터 준비하는 이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밥반찬으로 생된장에 생양파, 고추장에 고추나 찍어 먹으면 밥상 위의 술병이 사라지려나. 술은 기호식품이고 술도 음식이라며 “내 사랑 술에게 태클을 걸지 마.” 날마다 입어도 편한 평상복처럼 부어라 마셔라 매일 마셔도 좋은 술. 술은 술술 잘 넘어가서 좋고 피로회복제에 에너지원이라고 술을 극찬하는 건 분명 애주가의 도를 넘은 거야. 알코올중독이라 부르기 민망하면 혼술을 멈추든가.


 힘의 원천은 누가 뭐해도 밥이지. 밥이 최고라 응원하는 똥배와 술이 힘이라 말하는 똥배가 맞부딪히면 “내 똥배는 인격이지만 네 똥배는 내장지방이 문제야”. 내장지방과 간수치,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들먹거리며 서로 잘났다고 팽팽하게 우기는 중독자 둘은 한 지붕 아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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