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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Apr 09. 2024

갑자기 목이 왜 이럴까

내 마음 편하자고 엄마와 3박 4일

조금 전 까지도 아무 문제없었던 목이 왜 이러는지. 하루를 잘 보내고 저녁에 양치를 하는데 갑자기 왼쪽 견갑골 아래와 목을 왼쪽으로 돌리면 뜨끔하다. 억지로 돌리려면 목이 아프다. 왜 이럴까 어디 부딪친 것도 아니고 어디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잘못 먹어서 체한 느낌도 아니고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 주무르고 두드려도 별 변화가 없다. 자고 나면 괜찮겠지 조용히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한다. 아침이 되니 더 뻑뻑하고 아프다. 무슨 일이지 나쁜 짓 한 것도 없는데 벌 받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파스를 등짝과 목사이에 붙였다. 알 수 없는 궁금증만 계속된다. 아플 때는 뭔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지나간 하루를 되짚어 생각해 본다. 아 그렇구나. 거동이 불편한 엄마 손톱 발톱을 깎다가 발등의 부스스한 각질이 눈에 거슬렸다. 엄마를 소파에 들어앉히고 족욕을 시키며 발의 묵은 때를 벗기느라 힘을 썼다. 그때 힘도 없으면서 축 쳐진 노인을 들어앉히느라 근육이 놀란 모양이다. 의욕이 불탔던 것이다. 팔, 다리, 손, 발 부분 때를 벗기고 결국은 전신 목욕을 하고서야 끝났다. 엄마는 시원하게 때 빼고 힘들어 낮잠 푹 주무셨지만 딸내미는 좋은 일 하고도 병이 난 것이다.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구나 다른 좋은 방법이 없었을까. 항상 일을 내고 다시 뒤돌아 본다.


늘 죄인 같고 마음이 편치 않아 시간을 내어 3박 4일 동안 엄마와 함께 생활했다. 밥, 닭죽, 누룽지탕, 흰 죽, 매콤한 어묵탕, 고기, 회, 통닭, 나물반찬, 조림반찬, 갓김치, 배추김치, 과자, 빵, 두유, 커피, 포도, 오렌지, 딸기 등 때마다 가리지 않고 뭣이든지 잘 드시니 해드린 보람도 있고 기분이 좋았다. 며칠 집에서 쉬고 나니 모시러 온 선생님께 "오늘 안 가면 안 돼요." 가기 싫어하는 엄마를 주간보호센터로 보내고 그 뒷모습을 보며 돌아와야 하니 마음이 짠하다. 누구라도 사정에 따라 사회안전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지만 곁에서 돌볼 수 없으니 아쉬울 뿐이다. 엄마는 밥을 먹지 않아도 자식들 입에 넣어주지만 자식은 내 먹고 남아야 엄마 준다는 말이 딱 맞다. 내게 주어진 삶이 바쁘다고 엄마는 뒷전이니 말이다.


며칠 동안 곁에서 엄마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 이제는 더 발랄 것도 욕심낼 것도 없지만 내손으로 밥숟가락 떠올리고 요강에 엉덩이 들어 올릴 힘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백세가 임박한 엄마에게 너무 과분한 욕심인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정신력은 있어서 집에 있는 게 좋다고 하니 자식들은 난감하다. 옆에서 돌볼 사람이 없는데. 끝날까지 내 손으로 밥 먹고 내 발로 화장실 가려면 근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를 보며 절실하게 느낀다. 이론적으로는 다 잘 알고 있는 말이지만 힘 있을 때는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엄마를 보니 젊을 때 근력운동 많이 하고 근력 부자가 되라고 말하는 것 같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내 몸 내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별 수 없다. 내손이 내 딸이라 하듯이 남의 손이 내손 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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