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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혜 Jun 16. 2024

카페 gml, 귀한 대접받는 기분

고르고 고른 곳 02.

고르고 고른 곳 05.

[고르고 고른 곳 02]

한남동 gml @gml_seoul



귀한 대접받는 기분


보통 카페에 들어서면 그곳만의 분위기가 문 틈 사이로 확 풍겨오기 마련이다. 모던하거나 빈티지하거나 싱그럽거나,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어떤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gml은 단순히 인테리어 컨셉에서 비롯하여 공간을 정의하기 어려운 곳이다.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누리고, 들어섰던 문을 다시 닫고 나오기까지, gml의  고유한 분위기가 마치 귀한 대접을 받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키워드로 점찍을 수 없는, 밀도 있게 은은한 그곳만의 고유함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이다.




나에게 한남동은 디자이너 쇼룸과 유명 편집샵이 모여 있는, 즐비한 숍만큼이나 골목에 늘어선 인파가 떠오르는 동네다. 마냥 어린 동네는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차분함이 느껴지는 곳은 아니어서 (오히려 그 반대가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한남동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필요한 볼 일만 보고 이내 벗어나곤 했다. 어디를 가든 타인을 무의식적으로 신경 쓰게 만드는 묘한 시선들 때문에 성수동과 다른 결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그런 한남동의 이미지에서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곳이 gml이다. 건물 3층에 있는 위치와 'good materials for life (삶을 위한 좋은 재료들)' 슬로건을 소문자로 축약한 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보다 주변부에서 진정으로 좋은 것들을 찾고 또 일구어내는 공간이리라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느낀 공간의 분위기도 그러했다. 묵직한 고요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메인 공간까지 원두가 진열된 짧은 복도를 지나면 양 옆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홀로 시간을 보내기 좋은 바 형태의 테이블과 2~3인이 작게 둘러앉을 수 있는 낮은 테이블의 창가 사이드가 나온다. 테이블은 스탠 소재로 되어 있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온몸으로 반사해 매끈한 느낌이다. 아마도 gml의 고급스러움이 이런 소재로부터 시작되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gml을 찾게 만드는 뷰. 바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부러 반대쪽에 자리를 잡았다. 한눈에 보아도 직원이 서 있는 쪽과 손님이 앉는 자리 사이에 테이블 간격이 넓어 바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혀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간혹 그 간격이 너무 좁아 책이나 노트북을 펴기 어려운 곳들이 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초록 식물을 풍경 삼아 홀로 시간을 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주황빛이 감도는 원목 색감 덕분에 카페 분위기가 많이 무거워 보이지도 않는다. 되려 스탠의 고급스러움을 중화하는 느낌이라 적당한 차분함, 적당한 밝음이 공존해 보인다. 


커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gml의 컨셉 중 하나가 '원두 편집숍'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일본, 네덜란드까지 국내외 유명 로스터리숍의 원두를 맛볼 수 있고, 또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gml이 계속 생각나는 이유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제 몫을 했겠지만, 분명 커피 맛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 정도로 내 취향에 잘 맞는 맛이었다. 워낙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날도 그런 맛으로 추천을 받았는데 한 모금, 두 모금 넘어갈수록 입 안에 싱그럽고 다채로운 맛과 향이 가득 찼다. 원두 설명서에 적힌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 참 어려운 부분인데, 좋은 원두에 바리스타분의 실력이 더해져 구현이 잘 된 듯하다. 이 정도의 커피 퀄리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한남동을 목적지로 몇 번이고 방문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온한 공간, 정성이 느껴지는 커피 한 잔 만으로 일상 속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카페 gml @gml_seoul

서울 한남대로 27가길 22 3층

09:00 ~ 22:00 휴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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