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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혜 Jul 13. 2024

[촬영 회고] 한옥은 처음이라

그동안 공간/인테리어 포토그래퍼로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15평 내외의 에어비앤비 숙소, 그보다 더 작은 평수의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경험했다. 그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에서는 1순위로 탐색한 곳이 한옥 숙소였는데, 공간의 성격과 구조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무엇보다 더 넓은 곳을 촬영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비교적 넓은 부지에 숙소가 있는 양평이나 춘천 등 교외 지역에서 찾기도 하고, 전주나 북촌과 같이 한옥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두어 번의 제안 끝에 다행히 북촌에 위치한,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은 한 스테이에서 긍정적인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날짜는 빠른 시일 내에 조율되었고, 연이어 좋은 날씨 덕분에 큰 걱정 없이 촬영을 준비했다. 


당일에는 고민하다 처음으로 캐리어를 꺼냈다. 이번엔 촬영 중간에 촬영본을 백업해 두어야 할 것 같아 노트북, 카메라, 삼각대, 개인 짐까지 챙겨야 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오르기에도 애매한 북촌 끝자락에 숙소가 있었기에 부지런히 캐리어와 삼각대를 끌고 촬영지로 향해야 했다. 숙소 초입에서부터 땀을 한바탕 흘려 체력 소모가 있었지만 기대되는 마음이 훨씬 컸다. 


보통 독채로 지어진 한옥은 촬영 구간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외관, 내부, 야경. 해가 뜬 오후에 외관과 내부를 담고, 해가진 후 야경 컷을 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관과 내부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좁은 외관은 화각을 고려해 삼각대를 아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고민이 있었다. 세 다리를 평평하게 놓을 수 있는 고른 바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 깔려 있거나 작은 계단이 있거나 문지방 턱에 걸릴 수 있어 각자 사정에 맞게 삼각대의 세 다리를 다른 길이로 조절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수평이 틀어지지 않도록 화면을 보고 카메라 앵글을 다시 조정해야 했으니, 역시 사진은 육체노동이란 걸 크게 실감한 부분이었다. 


그에 비해 내부는 바닥이 평평하고 공간이 넓어 삼각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한옥 특유의 멋이라고 할 수 있는 서까래가 문제였다. 


무엇보다 공간/인테리어 사진에 중요한 건 수평과 수직이다. 가로 선과 세로 선이 철저하게 각을 재듯 직각을 이루어야 보는 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더 깊은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까래는 그 자체로 조금 기울어져 있거나 한 부분만 툭 튀어나와 있어 선들이 묘하게 뒤틀려 보인다. 보정과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이 선들의 고유함을 유지한 채 수평과 수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야 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었지만, 어떤 것을 포기하고 어떤 것을 살릴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즐거움을 겪으며 첫날 촬영을 마친 후 다음날에는 다행히 날씨 운이 그대로 따라주었고, 빛은 훨씬 부드러웠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남은 촬영을 이어갔다. 숙소에 감성적인 소품들이 많아 이것저것 바꿔가며 세팅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편집할 때 어떻게 프레이밍할지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가로와 세로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구도를 달리 잡아보는 과정이 참 즐거웠다. 같은 물건이라더라도 어떤 소품과 함께 놓을지, 어떤 배경에 두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는데, 사진가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 수백 가지의 연출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 오롯이 내 감도대로 구조를 잡아가는 과정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1박 2일간의 촬영을 마치고 호스트님께 짧은 카톡을 하나 보내고 나오는 길, 또 하나의 퀘스트를 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찍을 섹션이 많다 보니 세세하게 배운 것들이 많았고, 긴 시간 한 공간 안에 있으면서 빛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을 관찰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한계를 느낀 지점도 많아 새로운 고민들이 피어났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공간, 다양한 구조를 겪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즐겁게 부딪히며 무사히 완주하는 과정이 아마 당분간은 계속되지 않을까. 




photography for howajin, 2024 

https://moa-photoroom.imweb.me/how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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