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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프레드 Mar 11. 2018

소년은 아직도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깊은 밤에 깊은 잠에 빠져있던 소년은 문득 어떤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소년은 이부자리에 앉아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온갖 소리들과  마당에서 누렁이가 이따금 컹컹 짖어 대는 소리들을 하나씩 지워냈다. 그리고 소년의 마음을 흔들어 깨운 소리를 찾아내었다.


‘야옹… 야옹…’


잘못 들은 것이 분명 아니었다. 흔한 동네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울음 속에 담겨 있는 한없이 여리고 간절하고 두려운 감정이 소년의 귀를 통해 느껴졌고 소년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었다.


소년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한 번도 혼자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지만 소년은 온통 울음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있었다. 잠시 후 소년은 동네 놀이터에 있는 높이 솟은 한 나무 아래 서 있었다. 그 울음소리는 나무 꼭대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동네 개들에게 쫓기기라도 한 것일까?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었다.  방울이 달린 목끈이  나뭇가지에 걸린 듯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매달려 울고 있었던 것일까? 소년은 고양이에게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너의 울음소리를 내가 들었고 내가 여기 왔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소년은 높은 나뭇가지를 향해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냈다.


“야옹… 야옹…”


소년은 고양이 소리를 내야 새끼 고양이가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새끼 고양이의 울음 속에 담긴 간절함과 두려움을 알아차렸듯이, 고양이도 소년의 목소리에 담긴 마음을 들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내가 여기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곧 널 구해 줄 거라고.


그러나 소년은 나무를 올라 고양이를 내려 줄 수가 없었다.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부모를 깨우는 일이었다. 소년은 집으로 달려가 깊이 잠들어 있는 부모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다짜고짜 아버지 손을 잡고 고양이가 매달려 있는 나무 아래로 이끌었다.


“아빠, 고양이 좀 구해줘!”


소년은 분명히 아버지가 소년의 문제를 해결에 주리라 믿었다.


아버지는 고양이와 소년을 잠시 쳐다보고 한동안 고민을 하시더니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가버리셨다. 소년은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한시도 고양이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새끼 고양이를 안심시켜 주려 애를 썼다.


그 날밤 새끼 고양이와 나의 고양이 울음소리에 동네 어른 몇 분이 잠을 깨고 나무 아래로 찾아오셨다.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신 분도 계셨지만 다행히 아무도 내게 시끄럽게 굴었다고 호통을 치시지는 않았다.


잠시 후, 아버지는 어디선가 긴 사다리를 구해 오셨고 새끼 고양이는 아버지 손에 목덜미를 잡혀 대롱대롱 매달린 채  나무를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머니는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주셨다. 나는 고양이가 우유를 핥아먹는 모습을 보며 고양이와 함께 행복한 마음으로 잠이 들 수 있었다.


소년은 어느덧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에 대한 추억도 희미해졌다.


소년과 함께 자라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른이 된 그 소년은 아직도 이따금 세상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까?  

그 울음소리에 담긴 마음과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 울음소리에 잠든 마음이 흔들려 깨어나 그 소리를 찾아 나설까?

어른이 되어 키가 많이 자랐지만 아직도 높기만 한 나무 꼭대기에 이제는 오를 수 있을까?

오늘 밤, 어디에선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지는 않을까?


깊은 밤, 소파에 앉아 어두운 창 밖을 내다보며 들려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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