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조용히 책을 읽다가
문득 핸드폰 속에 담긴 옛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사진에는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눈빛을 가진 한 명의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어쩐지 몰골이 피곤해보였지만 눈빛 만큼은 지나칠 정도로 강렬했다.
세상을 잡아먹고 싶은 그의 눈빛이 당혹스럽다.
사진 뒤에 나온 환경과 상황이 마치 지금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무척이나 가깝게 다가왔다.
사내가 입고 있던 옷은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사내의 얼굴, 그 사내의 표정이나 말투와 행동도
지금은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그가 키우는 강아지부터 그와 만나는 사람도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 사라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 사내를 향한 지금 나와의 추억이었다.
핸드폰의 사진 안에는 '가난'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사내는 당시 가난했고 매일을 불안해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 사진에는 불안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픽하고 웃음이 나오는 사소로운 순간들 뿐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그 사내의 삶은 잘 살아가고 있었고,
멍청할 정도로 도전적인 과정이 보였다.
사진을 보는 막판에는 그에게 정까지 들려고 했다.
시간은 흘렀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때 사내의 야망가득한 꿈은 대부분이 이루어졌다.
당시 원하는 것들을 사내는 모두 이루었지만
뾰족하게 솟은 작은 조각들이 계속해서 한켠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사내는 그 사내가 그리웠다.
모든 것을 걸고 다른 방향으로 가던
그래서 때로는 많은 이들에게 이슈거리가 되었던
시끄러웠던 사나이
그리고 가난하고 아팠던 과거의 순간을
사내는 그리워 하고 있었다.
되돌릴수는 없었다.
다만 사진 속 사내는 지금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나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할 뿐 이었다.
"너는 지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다시는 올 수 없는 단 한번의 순간을 만나고 있다.
속지마라. 너는 지금 빛나고 있고 너의 일상은 찬란하다 못해
신비로운 지경이다.
하지만 너는 무언가에 끊임없이 속고 있다.
해야 할 의무, 이루지 못한 수 많은 조건들, 있으면 더 나아질 것 같은
신기루같은 꿈에 속아 너는 또 눈 앞에 놓인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있다.
짐승의 사나운 이빨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라
그리고 떨어지는 행복이라는 먹잇감을 질겅질겅 씹어
너의 비워진 위장 속으로 가득 채워넣어라
그것이 너가 해야 할 전부다."
사내의 속삮임에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나는 잃어버린 이빨을 되찾은 늑대처럼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일상의 수 많은 순간들을
다시 포획하러 사냥 갈 것이다.
얼마 만인가?
심장에 고동이 그대로 귓전에 울려퍼지는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