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뺀 사업가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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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성탄절의 분위기가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타가 서울에 와서 2천만개의 선물을 뿌리고
북한으로 넘어 갔다는 아름다운(?) 기사가
인터넷창에 띄어져 있는
그런 따스한 성탄절이 왔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그렇게 연말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연말에는 계속 누군가를 만나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지기 때문이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주지를 않고 받지 않으면
잘 못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날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날
저는 그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연말이 왔습니다.
저는 이번에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저만의 시간을 보내는거죠.
저는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있는 것의
사소함을 더 만나보고 있습니다.
작은 커피한잔의 여유,
하늘을 자주 바라보는 연말,
글을 쓰는 시간,
책을 읽는 시간,
사색하는 시간..
제가 어렸을때는 지금의 이런 내 모습을
정말 몰랐습니다.
혼자 있는다는 것이 정말 싫었거든요.
항상 곁에 누가 있기를 바란 사람처럼
친구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래서 참 쓸데없는 에너지와 힘을
낭비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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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부터 가지고 있던 애착의 마음은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업을 할때에도 혼자하는 게 늘 두려웠습니다.
주변이나 곁에 그 일이 맞지 않은 사람을 두고
오랫동안 사업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그 일이 잘 맞지 않은
친구와 하던 사업이
잘 될리가 있었을까요?
저는 순전히 저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서
그 친구와 함께 사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39세에 오랫동안 연애를 해서
결혼한 아내와 이혼을 경험합니다.
사실 결혼도 생각해보면
외로움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보이는 것들이
그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죠.
정확하게 말하면 저는 그런 것들을
외면하는 것에
엄청 익숙해진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제가 절대 변하지 않는 것
중에 1개가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외로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외로워서 그 외로움을 가릴려고
정말 많은 것들을 해 보이려고 했습니다.
이런 증명들이 저를 덜 외롭게 할 것이라고 느낀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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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바보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요.
진짜 인생에서 작은 감정이 가지고 있는
힘이라는 게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지나고 보면 제 삶은 그런 군더더기 속에서 피어나는
곰팡이를 외면하고 살게되요.
그런데 인생이라는 건 참 웃긴것이죠.
그런 외면했던 제 삶의 흔적, 아니 상처 속에서도
꽃이 피고 자라고 열매가 나더군요.
외로움에 치를 떨며 보냈던 아픈 시간은
외로움이 의미하는 그림자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자에 점점 더 다가갈수록
그림자는 더 이상의 그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깊은 골짜기였으며 그 안에서도
수 많은 생명과 아름다움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바라보니 나는 더 한없이
외로울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의 단절에서 벗어나려고 할 수록
삶은 저에게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말이죠.
우리는 간절하게 혼자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결국은 혼자서 해야만 하는것들 뿐입니다.
밥을 먹는 것도 결국 혼자서 해결해야 할 것이 맞죠.
그걸 씹어먹고 소화하는 것은 저만의 일이니까요.
여행을 하는 것도 사실은 혼자서 해결해야 할 게 많죠.
걷는 것도 보는 것도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래서 나이가 더 들면 여행가기도 어려워지는거겠죠.
혼자 해야 할 힘이 필요하는것이니까요.
제가 존경하는 한 스승님이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자유리야. 외롭기로 작정하면 못할게 없어."
그 말이 처음에는 크게 들리지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이제는
제게 엄청 크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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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연말을 보내고 계시나요?
성탄절의 기쁜 크리스마스의 음악이
당신에게는 지금 어떻게 들리고 있나요?
무조건 기쁘기만하고 사람들이 가득한 연말은 아니겠죠.
누군가는 저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고요한 연말을 보내시기도 할 겁니다.
또 누군가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외로움을 느끼고 계시다면,
혹여나 내 인생을 돌아보며
아쉬움이 남는 분이 계시다면
그런 연말에 더 어둠속으로
더 깊이 있게 들어가도
괜찮다는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왜냐구요?
음.. 우리는 언제나 따로 또 같이 있을테니까요.
저는 쇼펜하우어가 말했던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같이 있을때는 같이 있으면서도 또 따른 일을 할 수 있고
따른 일을 하고 있을때에도 우리는 같이 있다는 사실이
많은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인생은 "따로 또 같이"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같이의 부담만이 아니고 따로의 외로움만이 아닌
어쩌면 같이 있지만 따로 있는 것이고,
또 어쩌면 따로 있지만 같이 있는
그런 시간이 인생 아닐까요?
지독한 외로움보다는 저 나무와
풀잎들이 언제나 우리와 같은
햇빛을 보며 따로 잘 살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들은 언제고 간절하게
우리와 잘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말이 좀 길어졌네요.
당신의 연말을 축복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당신의 외로움도 저는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당신만의 성탄절을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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