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린이집을 함께 하원 할 때 내가 묻는 첫마디가 있다.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잘 때도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질문을 한다.
“오늘은 어떤 친구랑 놀았어?”
내가 아이의 속마음을 슬쩍 엿보고 싶어서 마음의 문을 똑똑 두드린다. ‘부모니까 잘 열어주겠지.’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생각보다 속마음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사실 대략적인 정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통해서 들어서 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있냐는 것이다. 끈기 있게 기다린 끝에 얻은 대답은 생각보다 간결하다.
“오늘 뭐하고 놀았어?”
“공놀이 했어.”
“그래 공놀이 했구나? 재미있었어? 누구랑 했어?”
“가영이랑 했어.”
조그마한 입으로 누구랑 놀았냐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한 아이는 친구의 이름을 들려준다.
‘드디어 나왔다!’
친구의 이름을 들은 나는 괜히 설렌다. 아이가 친구에 대해서 말해줄 때면 귀를 쫑긋 세우고, 새로운 친구 이름이 있는지, 아이의 입에서 자주 소개되는 친구와 무슨 놀이를 하며 노는지 전해 듣는다.
매일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떤 친구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는지 생각해본다.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는 친구가 가장 친하지 않을까? 아이의 대답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영이’를 절친으로 결론을 내린 나는 선생님의 답변으로 나의 결론이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와장창 깨졌다.
아이는 ‘민이’라는 남자 친구와 가장 친하다는 것이었다, 서로 놀이를 기다려주기도 하고, 놀이하는 성격도 비슷해서 잘 논다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또래처럼 보이는 아이는 3명 중에 딸아이가 말하는 친구는 1명뿐이다. 이야기에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2명의 친구가 궁금하던 찰나 선생님을 통해서 숨겨진 친구가 나타났다.
‘어? 모르는 이름이다. 왜 한 번도 말을 안 했을까?’
‘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다고 하니 선생님이 빙긋이 웃는다.
“어머 아이가 말을 안 했나 봐요. 어린이집에서 둘이 제일 친한데.”
‘아… 나만 몰랐던 것이었나?’
딸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민이’를 빼고는 다 소개해주었다.
‘친구를 꽁꽁 숨겨두고선 엄마 몰래 만나는 비밀 친구였을까? 이대로 모르는 척을 해야 하나?’
선생님에게 아이가 집에선 ‘민이’에 대해서 전혀 말을 안 해주어서 몰랐다고 했다. 소율이의 소중한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랄까. 한편으론 아이에게 단짝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뻤다.
자기 전, ‘오늘은 누구랑 놀았을까?’라고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이번에도 단짝 친구는 없었다. 아이가 스스로 소개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지 하다가 참다 터져 나온 질문.
“민이는? 민이랑 친하다며”
아이의 반응이 사뭇 웃기다.
“민이? 몰라!”
‘몰라? 왜 모른다고 할까. 선생님께 다 들었다고!!’
“민이 좋아?”라고 묻는 내 말에 예상치 못한 아이 답변
“민이랑 싸워.”
‘응? 민이랑 싸워? 선생님이랑 다른 답변은 무얼까.
아이에게 민이는 경쟁자인 걸까. 선생님(어른)의 눈으로만 투닥투닥 같이 노는 모습이 귀여워서 단짝이라고 했던 걸까.’ 아이와 선생님의 서로 다른 답변에 엄만 또 갸우뚱하다.
나중에 선생님께 물어보니 처음엔 취향이 비슷하다 보니 장난감 가지고 씨름을 많이 했다고는 했다. 나들이라도 가는 날엔 서로 이쪽이 더 놀기 좋다고 이리 오라고 서로 부르며 엄청 챙긴다고 한다. 4살 아이와의 대화는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알쏭달쏭해서 재미있다. 아이의 말을 믿을 것인가, 선생님 말이 맞는 것일까 놀이를 보지 못한 엄마는 사실 갸우뚱하다. 민이와는 관계는 격한 표현을 하는 친구지만 서로를 잘 챙기는 단짝 친구로 결론을 내렸지만 아이의 친구관계는 소설의 열린 결말처럼 아리송하다. 그래서인지 오늘도 미궁 속 질문을 던지게된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