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에게 배운 ‘시간’ 개념 1
“우리 딸, 많이 큰 것 같은데, 키 한번 재보자!”
“응!”
아이는 책장 한 면에 가서 등을 붙이고 서 있는다.
“발 뒤쪽에 붙이고 서 있어봐. 옳지 잘한다. 자, 됐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잰 표시 위로 새로운 줄이 그어진다.
“많이 컸네~ 스티커 붙여볼까?”
아이는 엄마가 그은 줄 옆에 스티커를 붙인다.
책장에 빼곡히 그어진 줄을 보면서,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저렇게 작았나?’ 싶다.
아이의 성장은 빠르다. 아이의 시간은 성장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은, 망설이고 ‘이건 다음에 해야지’ 하고 할 일을 미루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의 아이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기, 지나가는 개미를 세며 아이에게 숫자도 알려주기, 오늘은 꼭 놀이터 가야겠다고 손을 잡아끄는 아이에게 ‘그래! 가자’라고 말하기 그리고, 나를 다독이는 시간 등.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미루었던 것은 할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오면 후회한다. 나에게 아이의 4살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 순간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
‘해 낼 시간이 있었는데, 왜 안 했지?’
지나온 시간은 함부로 판단하기 쉽다. 당시의 나의 상황, 나의 기분에 따라서도 안 했을 일이 지나고 나선 그때의 기분과 상황은 함께 생각하지 못한 채로 판단하고, 후회한다. 시간이 지나 내가 성장했기에 보이는 것을 잊은 채 쉽게 과거의 탓을 하게 된다. 어리숙한 과거의 나와 모든지 잘할 것 같은 미래의 나는 간극이 크다. 어차피 내가 살고 있는 건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인데 말이다.
지금 무엇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어떠한 선택을 함으로써 시간이 지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맞이하고,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 기회가 왔을 때 시간이 지나가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살아가자. 시간이 지나면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반드시 있다.
이 순간을 가장 값지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더 망설이지 말고, 지금을 보자.
아이처럼, 지금을 즐기고, 웃고, 울며,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보자. 어쩌면 아이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어제와 다른 나를 맘껏 만나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의 성장은 빠르기에 아이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다가온 순간에 온 힘을 다해 집중하는 건 아닐까?
‘지금 뭘 할까?’ 묻는 나의 질문에 아이의 답은 늘 명확하다.
‘지금 놀고 싶어.’ ‘자고 싶어.’ ‘누워있고 싶어.’
지금.
나는 미래에 더 잘살기만을 바라보다 지금 해야 할 것을 오히려 놓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이 시간을 값지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지금에서만 할 수 있는 보물 같은 할 일을 해 내는 것이다.
아이는 시간을 먹으며 자라고 나는 시간을 먹으며 성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