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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Jul 04. 2021

2화. 기저귀를 뗀다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따라 엄마는 매번 시험대에 앉는다. 


익숙해진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단계가 찾아온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엄마가 젖 먹이는 게 편하다고 아이가 커가는데 젖만 먹일 수 없듯이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엄마, 아빠도 성장이 필요하다. 이때 할 수 있는 건 엄마가 자신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 부단히 공부해서 아이의 성장에 발맞추어 움직여야 한다.           


나에겐 기저귀가 그렇다


해보지 않은 일. 안 해본 경험.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겪는 감정들과 상황들을 만났지만, 

그중 기저귀 떼기를 시도하는 게 왜 이리 어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처음인 나는 육아에 서툴고 무지하다. 게다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점점 분명해진 아이와의 씨름은 어린 갓난아이보다 어렵다. 서로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해보려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 때론 힘들다.     


‘제발 내가 한 번만 해봤으면 잘할 수 있을 텐데, 감도 못 잡겠어.’ 

라고 혼자 나지막이 말하는 날들이 늘어간다.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아이에겐 어떤 환경을 조성하면 좋을지, 아이 반응에 따라 시기는 적절한 건지.

자료를 찾아보고 책을 봐도  도저히 감을 잡기 어렵다. 주변 어른들은 빨리 떼야 아이에게도 좋고 부모에게도 좋은데 왜 아직 안 뗐냐고 우려되어서 어린이집 선생님은 요즘은 늦게 떼도 된다고 같이 어울리는 또래들도 다들 안 뗐다고 안심시켜 주신다. 병원이나, 아이 인지 발달 책에서도 슬슬 도전해봐야 하는 시기라는 문구만 보아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무엇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 결정일지. 아이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성장의 과도기 때마다 간신히 넘어가서 또 그 방법이 마치 쉽게 찾은 것처럼 찾은 방법에 금세 익숙해져서 다음 성장의 단계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 같다.  기저귀를 채울 땐 어린아이의 발목 잡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는데 이젠 기저귀를 떼는데 어렵다고 느끼다니 말이다.     


아이의 성장은 빠르다. 몇 개월마다 환경을 다르게 조성하거나 다른 자극들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몇 개월마다 간신히 성장의 꼭짓점에 닿아서 변화를 이루고 나서 익숙해지고 다시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계속 시도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이것 가지고 왜 이리 고민했을까 싶을 테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지 책으로만은 느낄 수 없는 아이의 개별적인 특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경험하기까지는.     


성장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아빠도 같이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에게 기저귀를 뗀다는 것은

엄마가 두려움을 넘어 성장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신호이다.

아이를 통해 ‘성장’이란 단어를 다시 배우고

나는 아이를 통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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