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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xley Jul 11. 2023

온갖 세상 풍파 모두 제쳐둔 채로 나를 향해 미소 지어

  창밖의 비바람이 나를 부른다. 온갖 세상 풍파 모두 제쳐둔 채로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오오오. 우우우. 휘휘휘. 창을 뒤흔들어 나마저 뒤흔든다. 궁금해? 궁금하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두사처럼 나의 눈을 띄우려 유혹한다. 그런데 어떡해. 나는 창을 닫았는 걸. 창을 닫지 않으면 나는 맞아 죽어. 그러니 너가 아무리 매혹적이어도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어.     



  여기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너저분한 너와는 달리 나의 마음은 세심하다. 번쩍. 이제는 나의 시선을 끌려 하늘에 섬광을 쏜다. 뒤이어 불어오는 구름의 진동. 우르릉. 옆집 개들이 놀란 듯 짖어댄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 자빠진다.           



-

  머릿속에 폭탄이 터져버렸을 때. 눈앞은 희미해지고 호흡은 가빠진다.      



  어렸을 적 환상이다. 모든 사랑이 영원을 꿈꿀 것이라는. 얘야, 너무나도 바보 같은 동화를 읽었구나. 너는 아직 너무나도 멍청해. 정신 차리렴. 하지만 그런 말을 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저마다의 일상과 삶과 가족을 지탱하느라 땀 흘릴 뿐.     



  숨이 멎어와. 왜 당신은 그리도.     



  다음날이 두려워졌다. 아이들의 한숨과 흘깃거리는 눈빛. 등뒤로 박히는 수만 가지 색의 총알. 샤워는 최악의 결과. 긴장이 증폭된다.           



-

  색의 박동이 멎는다. 굳어버려 콘크리트처럼 빛을 잃는다. 아스팔트보다는 연하게 콘크리트만큼 짙게. 걷는다. 걸어서 집으로. 꽃과 풀과 구름과 교복이 모두 회색. 어릴 적, 아니, 어젯밤 꿈꾸었던 낭만이랄 것들은 모두 사장되었다. 나의 구원은 어디로.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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