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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xley Nov 05. 2023

커피와 담배

  넌 너무 생각이 무거워서 문제야.


  쓸데없이 진지해서 문제라는 요지의 문장이다.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나는 생각이 많고 그것의 무게가 지나치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도전할 때마다 주저하지. 한마디로 말해 걸림돌이다. 충동이 생각을 역전할 때는 그리 많은 생각을 거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일에서는 쓸데없이 진중해,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다.      



  늘 생각한다. 나는 왜 이따위 모습으로 살까? 결론은 하나,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있다. 믿지 못하니 쓸데없는 상상을 거치고, 쓸데없이 걱정을 논하지. 그러니 나를 믿어야만 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내게는 필요하다.           



-

  요즘에는 커피와 담배에 중독되었다. 커피야 늘 중독된 채로 살아왔고, 담배는 알던 누나에게 배우고서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중독들이 내게 딱히 큰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커피와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는 부지기수이고, 하다못해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라는 영화도 있을 정도이니. 이 땅 위의 꽤 많은 사람이 커피와 담배를 찬양하고 있다. 물론 좋다고 말하지는 않을 테다. 몸에 좋은 중독은 아니니깐(더군다나 담배는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더더욱).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다. 내가 친구가 많은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므로. 그저 쌓이는 스트레스를 묵히고 묵혔던 거지. 우울증에 걸리고서는 그런 모습이 더욱 심해졌다. 그러다 커피와 담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리도 억제당하는 삶을 살다가는 스트레스에 파묻혀 죽을 것만 같았다. 일말의 핑계를 대보자면 그렇다. 산책이나 글쓰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큼 자극적이지 못했다.

  목구멍을 타고 가는 아메리카노와 담배 연기가 혈관에 타고 흐를 때, 그래서 뇌가 팽팽히, 혹은 어지러이 돌아갈 때 잠깐의 만족감 혹은 행복감을 느낀다(그렇다고 내가 미칠듯한 수준의 골초는 아니다).     



  잠시 흡연을 중점으로 글을 진행해보자면, 적어도 큰 피해는 입히지 않으려고 한다. 지정된 흡연 구역에서만 담배를 태우려 하고,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늘 탈취제를 지니고 다닌다. 손 세정과 양치는 당연하고. 흡연자의 책임이라고 알고 있다. 그게 비흡연자의 건강과 기분, 흡연자를 향한 최소한의 인식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볼썽사나워 보일 말을 해보자면,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더불어 살아갔으면 한다. 다만 길에서, 걸어 다니면서, 학교 앞에서, 아이와 동물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머저리들은 강력한 법적 처벌로써 사라져야만 하고.     



  아무튼. 요즘은 커피와 담배에 중독되었다. 적어도 내게는 이 두 가지 중독이 문제 될 건 없다. 나는 이로써 해방감을 느끼고 있으니깐. 오히려 적어도 지금은 행복하다(언젠가는 끊어야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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