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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하는 이모씨 Oct 15. 2023

영화를 만드는 과정 or 공황이 시작된 어느 날.

나의 이야기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그때?

영화과 합격이 시작이려나?

아니면 감독 제안을 받은 그날 밤으로 가야 할까요?

그도 아니면 법대를 가겠다던 17살 아이가 연극연출을 하겠다고 선포하던 그날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장고 끝에 제가 도착한 곳은 2019년 여름 어느 날입니다.

당시 저는 두 번째 작품으로 준비하는 시나리오가 있었습니다.

한 장애아이가 경험한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작업 중이었어요.

그땐 이미 작업을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어갈 때였어요.

      

제가 영화를 하며 살아온 20년의 시간 중에 왜 여기로 가려고 하는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날은 제가 저에게 찾아온 공황을 처음 알게 된 날이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 모든 행사에서 사회를 도맡아 왔고

감독으로 100여명의 스텝들과 작업하고 제작발표회나 언론시사회, 인터뷰에 응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앞에서 서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던 제가 고작 열명 남짓한 사람들 앞에서 들고 있는 원고도 읽지 못해 손을 벌벌 떨던 그날로요.

그런데 이걸 설명하려면 먼저 이'작업'이 뭔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이미 3년이 되었다고 말했던 그 ‘작업’이라는 게 뭘까요?

보통 한 감독의 이야기가 영화가 되는 것은 여러 가지의 단계가 필요합니다.

먼저 시나리오를 개발해요.

‘개발한다’는 이 말에 사실 여러 가지 케이스들이 있어요.

보통은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집필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아이템(실화이기도 하고 아이디어기도한)을 가진 회사나 피디가 이걸 집필할 전문작가를 고용해서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해요.

여기서 피디라는 말이 되게 친숙할 텐데요.  

그 이유는 방송을 통해 많이 들어봤기 때문이에요. 나영석 피디, 김태호 피디처럼요.

그런데 영화에서의 피디와 방송에서는 피디는 좀 다른 이야기예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많은 분들이 ‘피디’라는 말을 들어 익숙하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피디’는 아마 완전히 생소한 말일 거예요.

일단 영화에서는 감독과 피디가 따로 구분되어 있어요. 이걸 동시에 한 사람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학생들이 단편을 찍을 때도 나눠있죠. 완전히 다른 일을 하니까요!

쉽게 설명하면 이렇게 이해하시면 돼요.

감독은 작품의 연출적 요소를 고민하는 사람이고 피디는 작품의 돈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방송에서는 연출을 하는 감독도 피디라고 부를까요?

그건 방송은 모든 연출적인 요소가 돈문제가 아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인 면이 있어요.

이것 때문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찍는 과정에서도 찍고 난 결과물에서도 금전적 운용과 성과에 직접적인 관여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영화는 조금 달라요.

영화는 궁극적으로 상업적 성취가 목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애초부터 그것과는 거리가 멀게 출발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가끔 감독과 피디가 충돌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감독은 작품을 위해 엑스트리가 100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피디는 50명이면 충분하다고 싸우기도 해요. 이럴 때 보면 원수가 따로 없는 것처럼 싸워요.

하지만 이 둘은 이 작품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궁극의 목표는 완벽히 일치하는 관계랍니다. 다만 감독은 좋은 작품으로, 피디는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방식으로 성공에 가까워지자는 입장인 거죠. 그렇다고 피디들이 모두 무작정 아끼기만 하자는 주의는 절대 아니에요.

누구보다 영화에 대해 잘 아는 직책이니 신인 감독들에게는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제작사와 투자사의 신의를 얻어 현장과 감독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해요.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돈을 효율적으로 지출하여 지출한 것 이상의 가치를 영화 안에서 구현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직책이에요. 그래서 피디들은 보통 작업 경험이 많은 분들이 해요. 조수부터 차근차근 제작부에서 경험을 쌓아 비로소 한 작품의 피디가 되는 거죠.

여하튼 그런 피디가 직접 시나리오를 개발하기도 해요.      

그리고 직접 제작까지 참여하기도 하고 제작사와 연계하기도 하고요.


저의 경우에는 16년에 실제 사건을 알게 된 직후에 이걸 극화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럼 저는 제가 찾을 수 있는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그걸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요.

실제 사건을 다루는 것이 혹자들은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미 결말까지 모두 일반에 공유되어 있는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면서 왜곡은 없어야 하며 동시에 메시지를 품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에요.

그러니 작업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죠.


정보가 한정되어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실제 당사자와 접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실제 사건의 당사자 분들과 접촉하는 것을 삼가요.  이것이 정말 영화가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0에 가까울 때니 아주 조심스럽거든요.

혼자 작업하는 단계에서 당사자분을 만나면 믿음을 드리기도 어렵고 혹시라도 이 작업을 진정 응원까지 해주신다면 제작의 여부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괜한 희망을 드릴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 단계에서는 최대한 조용히 작업하는 게 맞죠. 물론 무조건 그래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원칙은 없고 경우의 수마다 다르죠.

다만 신중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도 제작사를 결정하기 전에는 아무런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어요. 일단은 틀 거리를 만드는 것이 먼저죠

그렇게 수개월에 거쳐 일정 수준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어요.


그다음 저는 제작사를 찾아 나섰어요.

제작사를 찾는 방법 또한 여러 가지인데 저는 제가 생각한 제작사 대표 3분을 떠올렸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차례로 시나리오를 보내고 의견을 들었어요. 만약 이 세분이 모두 제작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저는 여기서 ‘작업’을 멈추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때가 2016년 겨울이었어요.

영화감독의 '작업'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죠. 하지만 이걸 영화가 제작되는 시작이라고 하지는 않아요.

영화가 제작되는 시작으로 가려면 아직도 갈길이 멀어요.

제가 2019년 그날로 가기까지 갈길이 먼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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