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이모씨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도 꾸준히 제 글을 읽어주시는 소수의 작가님들이 계셔주시는 것을 간간이 알고 있었지만 아예 브런치 페이지를 열지 않고 살다가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변명부터 하자면 저는 제 이야기를 할 준비가 안되었다는 걸 먼저 고백합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이렇게 시작하고 나면 뭐라도 쓰게 되며 내가 좀 꺼내지겠지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서 뭐라도 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글이 안 써지더라고요. 더 정확히 말하면 써놓은 글을 여기에 올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작법에 대한 글을 쓸 때만 해도 저는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누구보다도 확신에 차있으니 글이 어렵지 않았어요. 이미 가지고 있는 틀 거리에 맞추어 정말 성실히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그 소재가 '나'가 되고 나니 정말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니 지인은 그냥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부터 적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난 20년을 정말 명확하게 제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고 그걸 전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며 살아왔어요. 주인공이 뭘 하려고 하는 이야기인지, 결국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명확하지 않은 글은 나쁘다고 배우고 익히고 믿으며 글을 써왔습니다. 그러니 두서없는 글이라는 게 저는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럼 나를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꺼내야 할까요?
나름 흐름을 생각하고 글쓰기를 시작해 보니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어려움을 만났습니다.
저에 대해 독자들은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지 그걸 모르겠어요.
싸이월드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소통을 한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항상 나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주인공을 앞세워 저는 숨어있는 글쓰기만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명확해진 것은 있습니다.
저는 저에게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저 자신과 저의 과거, 저의 현재, 저의 미래를 다각도로 검토하면서 지금 제가 봉착해 있는 영화제작 현실이 전쟁상황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의 총알이 날아다닙니다. 실제로 그곳에서는 사람의 생사가 뒤바뀌고 있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사치이고 허영인 곳이 있습니다. 그저 살아남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지구반대편에 우리는 평안하기 그지없어요.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전쟁을 가짜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영화제작 현실은 저의 삶 이면에서 제가 고상하게 삶의 태도를 논할 수 없는 극악의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사는 지구반대편에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여전히 충분히 즐기고 계시겠지만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총알이 날아다니고 대포가 터져 아직 꽃도 펴보지 못한 수많은 학도군들이 자리를 무르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이 완벽하게 무력한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게을러서 그래,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래, 나만 열심히 하면 이까짓 제작난쯤은 극복하고 제작이 결정되는 단한편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이런 착각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제 압니다.
영화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절반, 아니 20%도 제작되고 있지 않아요. 신인감독의 입봉은 향후 5년간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신인 배우들도 현장경험을 통해 배우기에는 턱없이 경험의 빈도가 줄었습니다.
작품의 제작 단가는 날로 치솟고 영화도 드라마도 편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요.
하하하하. 이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하하하하.
이게 나의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니 완전히 다른 길을 찾게 되더라고요.
저는 영화하는 이모씨로 영화하며 사는 것이 좋으니 영화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돌아왔어요.
여기서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도 제가 영화하는 방식이고 영화하는 중이거든요.
무슨 이야기를 하게될까요?
저도 모르겠지만 I w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