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없이 나왔다.
비에 젖은 어깨가 축축하게 무겁다.
50대 중반 나이처럼.
이 나이에
우산이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옷이 축축하면 몸도 무거워진다.
하지만 이 나이에는
슬픔도 바람처럼
스쳐 지날 뿐 고이지 않는다.
얼굴에 흐르는 빗물이
더는 눈물 아님을
분별하는 나이기에.
아직 심장의 피는 덥고
축축한 옷마저 내 옷이니
무겁다고 해서
터벅 걸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곧 비는 그칠 것이고
젖은 옷은 마를 거란 걸
아는 나이.
그래서 또 슬퍼지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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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 집을 나설 때 비가 오지 않다가, 학원 근처에서 비를 만났다. 캔 커피 하나를 사서 비를 피해 천막 처마 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앉았다. 담배 하나를 물고 연기가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어깨가 비에 젖어 축축했다. 꼭 내 나이의 무게처럼 묵직해 슬펐다. 어릴 때 60살이면 나이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는데, 내 나이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손 하나로 꼽고도 손가락 하나가 남는다.
그래도 빗소리는 좋았다. 천막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언제나 리듬이 있다. 그랬다. 빗소리를 듣는 것은 비보다 가슴이 먼저다. 빗소리를 들으니 슬픈 느낌도 리듬을 탔다. 담뱃불이 꺼질 즈음, 캔 커피를 다 마실 즈음. 가슴이 더워짐을 느꼈다. 증발된 수증기가 머리로 올라갔다.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듯이 머릿속에 글을 썼다.
“이제는 빗물과 눈물을 분별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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