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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Apr 25. 2021

어느 상쾌한 봄날에

홍식에게 어느 상쾌한 봄날에          



 햇살이 부드러운 봄날이었다. 삼동에서 소를 키우는 친구를 찾아 아내와 함께 갔다. 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이하는 풀들과 나뭇가지는 연녹색으로 설레고 있었다. 바람은 그 셀렘을 차 안까지 실어 왔다.

 삼동 목장에서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는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에 식육점에 들러 돼지고기를 샀다. 그리고 친구의 텃밭에서 키울 더덕 모종을 샀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말을 하니 모종을 더 사고 싶다고 했다. 아내 지인인 오 선생님이 모종을 키워 파는 곳으로 가서 한 아름 모종을 사 왔다.

 삼동에 도착한 우리 부부를 친구는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친구는 직접 송아지를 어미 소에게 받아낸 이야기를 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태어났다. 혼자 힘으로 송아지를 받기는 힘들기에 며칠 동안 가족과 근처에서 목장을 하는 사람들이 대기했는데, 송아지는 어미 배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도와줄 사람이 다 가고 혼자 있는 시간에 송아지가 나왔다. 혼자 낑낑대며 무사히 송아지를 받아내었다. 아내가 그 말을 듣고     

 “혼자 힘들었겠어요.”

 라고 말을 하자 친구는

 “인생은 어차피 혼자 아니겠어요. 하하”

 그렇게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나는 최근에 하고 있는 인생 리모델링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임플란트한 이야기, 점 뺀 이야기 다이어트 등등.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라 했다. 마음 맞는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한 식사는, 그것도 소똥 냄새와 봄 냄새가 잘 어울린 목장에서 따뜻한 봄날에 하는 식사는 무엇에도 비할 바가 없이 뇌를 즐겁게 했다.

 식사가 끝나고 친구는 텃밭에서 우리에게 줄 파를 한 아름 뽑아왔다. 네 명이 땅바닥에 앉아 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친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나이도 벌써 60을 바라보네, 우리에게도 봄날이 있었을까?”

 그러자 아내는

 “오늘이 봄날 같네요.”

 “그러네요. 오늘이 봄날이네요.”     

친구 부부에게 나는 우리 부부가 별명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제껏 내 별명은 비의새였다. 비의새는 고등학교 때부터 나 스스로 나를 생각하는 별칭이었는데, 이제 상쾌한 창영 씨로 바꾸었다. 비가 개고 상쾌한 날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내는 조금 더 당당해지라는 의미로 당당 경미로 정했다.”

 “멋지네, 네가 작가니, 우리 부부 별명도 하나 지어주면 좋겠다.”

 “알았다. 생각해볼게.”     

 파를 다 다듬고 나자 친구는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한 아름 더 뽑아 주었다. 친구가 준 채소와 친구 부부의 별명을 정하는 숙제를 가지고 돌아오는 길은 봄 축제를 다녀온 기분이 들 만큼 기쁘고 충만했다.

 돌아와서 아내와 친구 별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가지 별명을 생각했지만, 아내가     

 “봄날에 좋은 사람과 만나 함께한 것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친구 별명을 봄날이라 지으면 어떨까요? 지금이 친구 인생의 봄날이라는 의미에서요. 그리고 봄날이 쭉 진행되라는 의미에서요.”

 “멋지네요. 친구 별명은 봄날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친구 부인은 뭐라고 할까요?”

 “신앙심이 깊고 배려하는 마음이 충만하니, 많은 열매를 맺을 것 같아요. 별명을 열매로 하면 어때요?”

 “그것 좋은 생각입니다. 친구에게 한번 이야기해봐요.”     

 그렇게 정해진 별명을 아내는 친구 부인에게 전화로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너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의 별명은 봄날 홍식이 되었고, 부인은 열매 선애가 되었다.

 그런 후 아내에게 말했다.     

 “봄날이 내 친구라고.”     

 좋은 인생은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맺느냐가 좌우한다. 그렇기에 좋은 인생을 사는 방법은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따뜻한 봄날, 함께 식사하면서 보낸 그 시간은 무척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좋은 관계를 맺는 시간에는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꽃향기보다 더 아름답고 진하다.    

 

2021년 4월 25일  윤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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