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40분, 알람이 울린다.
몸을 침대에서 거실 소파로 옮겨 뉘인다. 방 과는 사뭇 다른, 아직은 조금쯤 상쾌함이 남아 있는 거실의 공기가 느껴진다.
강아지가 다가와 소파 밑으로 늘어진 손을 코로 툭툭 치며 자신을 예뻐하라 명한다.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잠듬과 깨어남 사이 어디인가를 헤매다 퍼뜩 휴대폰 시간을 확인한다.
5시 45분, 여전히 눈은 반쯤 감긴 채 팬티 한 장, 브레이지어 한 개를 챙겨 비척비척 화장실로 향한다. 몽롱하고 나른한 아침은 여기까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습기로 반들반들하고 열기로 발그레한 얼굴은 하루 중 가장 예뻐 보인다.
서둘러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스킨, 로션, 선크림을 찍어 바르면 회사 갈 준비는 완료.
시간은 6시 20분.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으며 하루 중 온전히 혼자인 휴식 시간을 잠시 누린다.
6시 30분에 울리는 휴대전화에 가슴이 살짝 두근거린다. 주 5일 10분간의 전화영어. 매일 하는 일이지만 여전히 통화버튼을 누르기 위해 마음속 갈등을 살짝 달래줄 필요가 있다.
'아... 하기 싫다.'
날씨, 회사, 아이 이야기, 취미, 좋아하는 음식, 주말 계획... 늘 비슷비슷한 주제에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6시 45분, 두 달 전부터 획기적으로 나의 삶의 질을 높여 주고1시간 40분의 출근시간을 1시간 10분으로 줄여준 '모두의 셔틀'에 몸을 싣고 웹툰 삼매경에 빠져들어 눈물을 글썽이고, 킥킥 숨죽여 웃으며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그리고 커피, 일, 동료들, 점심식사, 일, 일, 일...
집에 오는 길. 블로그 포스팅 알바를 시작했다.
평일 기준 1~2건의 포스팅을 하면 당일 입금이 된다. 9호선 급행과 신분당선의 혼잡함 속 설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싸움에 승리해야 포스팅을 시작할 수 있다.
집에 도착할 즈음 입금이 된다. 인형 눈 붙이는 알바를 하는 기분이 이럴까? 푼돈이지만 비싼 커피를 마시거나 이삼만 원짜리 싸구려 옷을 쇼핑을 할 때 현저히 죄책감을 덜어주는 마법.
집에 돌아오면 또 한 번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5분 남짓한 시간 벤치에 앉아 쉬었다 갈까를 삼각 하게 고민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엘리베이터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었는데... 달려 나오는 아이와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나면 몸은 어느새 하루의 2막을 시작하고 있다.
저녁을 챙기고, 먹고 아이 숙제를 봐주고... 그리고 가장 힘든 파트! 놀 아 준 다.
초등학생이 되면 부모랑 안 노는 건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그렇게 긴 하루가 저물어 간다.
소중하고 소소하고 피곤하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눈물 나도록 행복한 나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