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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헹리 Mar 22. 2023

말과 빚

오늘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입찰에 참여할 후보업체들에게 간단한 사전 서류 제출을 부탁하기 위해 연락했다. 일본 프로젝트는 대게 일본 업체, 일본 영업 담당자가 많은 편인데 드물게 이번 프로젝트는 후보 업체 중 대표가 한국분인 업체가 있어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전화했다. 일본 회사의 대표가 한국 여성분이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그녀는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몇 마디 지극히 무례한 말들로 내 마음을 굳게 닫았다. 제안서를 받아보지도, 견적서를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 혹 엄청난 가격 경쟁력이 아닌 이상 이 업체를 선정하는 일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짧은 통화였지만 업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상황판단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


 반대로 ‘이 사람과 오래 일하고 싶다’ , ‘닮고 싶다’  내지는 ‘이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협력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분들이 있다. 훌륭한 업무 능력과 프로페셔널함은 물론이지만 공통적으로 신중한 단어 선택과 상대에 대한 예의가 자연스럽게 언행에 베여 있던 분들인 것 같다. ​


돌이켜보면 나도 오랜 기간 무례하고 공격적인 말로 누군가에게 ‘이 사람과는 다신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적이 있다. 특히 첫 직장에서는 그래야만 베테랑 영업사원들이 나를 얕보지 않을 것 같아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의 진정한 존중은 위협이나 어떠한 척이 아닌 대게 나의 존중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말로 천냥빚을 갚는 건 어렵겠지만 적어도 천냥빚을 지는 언행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든 생각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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