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만으로 2년,
받았다, 프로 라이센스!
‘나도 이제 3년 차가 되는구나~ 초보티는 벗어야 하는데 쩝‘ 하던 차에 기대 이상의 선물을 받았다.
애석하게도 예전만 못한 비인기 종목의 낮아진 프로의 벽이라지만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하물며 어린 시절 태권도도 한 번 안 배워본 사람이 30대가 되어서야 처음 투기 종목을 시작한지라...)
지난 2년, 퇴근하고 복싱장에서 살다시피 한 보람이 있다.
‘그래 그동안 노력했어요~’하고 노력상 받은 기분이었다.
직장인은 그냥 힘들다. 아침에 눈이 뜨이면 그때부터 만사가 다 힘들다.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 8시에는 집을 떠난다.
9시부터 18시까지 일에 시달린다. 야근이라도 있을 적엔 21시는 다 되어야 체육관에 들어갈 수 있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인다. 사람에 치인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퇴근할 때쯤 되면 혼이 나갔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머리가 멍.... 하니 멍텅구리 상태가 된다.
하루종일 전화 받고, 회의하고, 외근 나갔다가 호다닥 복귀해서 PC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한다. 쉴 틈 없이.
직장인은 단순히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정신력이 고갈된다. 무언가 할 의지 자체가 사라진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피곤한 날 스파링을 하면 확실히 반응 속도가 느리다. 1라운드는 정도는 얼굴에 주먹 마사지 좀 받아야 정신을 차리곤 한다.
체육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차에서 10분 20분 정도 눈을 붙이기도 하다. 그럼 좀 났다.
복싱은 무조건 체력인데
직장인은 체력이 부족하다.
주말엔 달린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해야 한다.
시간을 쪼개 쪼개 복싱과 웨이트를 병행한다.
늘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피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주먹을 내 지르다 보면 금세 머리에서 도파민이 질질 흘러, 힘든 줄도 모르고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헉헉.
지나고 나서 보니까, 처음 복싱장에 왔을 때부터 보던 회원들 중에 이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체육관에서 볼 수가 없다.
걔 중엔 타격 센스가 아주 좋은 학생도, 악바리가 두드러지게 센 직장인도, 신체적으로 타고난 장사형 아저씨도 있었다.
도중에 그만 두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제는 무엇을 하든 간에 단순히 잘하는 사람보다도 꾸준히 오래 한 사람이 멋있다.
그리고 단순히 오래 한 사람보다도 끝까지 간 사람들이 훨씬 멋있다. 그만큼 그 일에 진심이었다는 거니까.
물론 그 끝은 각자 정한 나름이겠다만.
적어도 복서로서 내 최종 목적지는 데뷔전일 것 같다.
최소 4라운드를 헤드기어 없이, 8~10온스 글러브를 끼고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죽어라 시합을 뛰어보는 것이 선수와 생활체육인을 가르는 기준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링에 올라가 시합을 뛰는 것만이 아니다.
생활체육대회와 프로 테스트와는 비견할 수 없는 진지한 시합 준비 기간과 토할 것만 같은 현장에서의 압박감을 이겨내고 링 위에 서는 것이 내겐 마침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