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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Dec 03. 2022

MBC 히어로 안정환, 안느는 지금 해설과 이별하는 중

2022 카타르 월드컵 리뷰 <1>


“경우의 수는 숫자에 불과하고...뛰는 선수들이 만드는 거야”
(<히든카타르> 중 안정환)    

 

MBC의 축구 해설위원 안정환의 말은 방송 몇 시간 후 현실이 되었다. 후반전 46분에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황희찬이 넣은 짜릿한 극장골로 대한민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9%라는 승리 확률을 가볍게 100%로 뒤집어 버렸다. 16강 진출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9%의 확률을 노력과 희생으로 100%로 만들었다”
(포르투갈전 해설 중 안정환)   
  

두 차례의 좌절 끝에 16강 진출을 이뤄낸 주장 손흥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축구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

월드컵에 첫 출전해 제몫을 다한 이강인     


많은 선수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번 카타르월드컵은 특별하다. ‘해설위원 안정환’에게도 마찬가지다. 해설자로서 은퇴를 고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로서의 삶을 끝내고 예능인으로 제2의 길을 걷기 시작한 당시, 날개를 달아준 게 바로 해설이다.    


  


‘테리우스’ 시절의 명예를 지키면서도 편안한 이미지를 구축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어쩌면 조기축구회 ‘어쩌다벤저스’의 감독, 유튜브 채널 <안정환 19> 운영 등으로 스타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게 해설 도전 덕이었는지도 모른다.     


“제가 해설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대표팀 우리 후배들이 잘하는 거 보고 떠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2일 밤 11시 23분부터 3일 새벽 1시 59분까지 방송된 포르투갈과의 예선 3차전에서 2대1 승리 후 안정환이 한 말이다. 그는 벌써부터 서서히 이별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그의 해설 은퇴는 기정 사실이나 다름없다.


 그는 앞서 ‘MBC 2022 카타르 월드컵’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나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시청을 독려했다.  또 “예전처럼 재미만 있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전달력을 줄 수 있는, 어려운 축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겠다. 함께 뛰는 중계를 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안정환은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내년 P급 지도자 강습회(Pro Diploma Course) 수강생 25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도 강습회는 내년 3월 시작한다. 국내 축구 지도자 자격증 중 가장 급수가 높은 P급은 프로축구 K리그와 각급 대표팀 감독이 되려면 반드시 따야 한다.     


내년도 P급 강습회부터는 ‘A급 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이 중 A매치 50경기 이상 출전 경력을 보유한 수강생 쿼터’를 별도로 만들어 2명을 선발했는데, 첫 대상자가 2002년 월드컵 등에서 활약한 안정환과 차두리(FC서울)다. A급은 P급 바로 아래 단계다.     


안정환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연이어 MBC의 축구 중계 해설을 맡았다. 타사 해설위원인 박지성, 구자철, 이승우 등과 비교할 때 그의 최대 강점은 다름 아닌 캐스터 김성주다. 둘의 해설을 두고 마치 호프집에서 축구를 잘 아는 아저씨들과 경기를 보는 듯한 친숙한 느낌이 든다는 평이 나온다.     



두 사람은 중계를 함께 하기 전 <아빠 어디가>를 통해 친분을 쌓았고, 2014년 첫 호흡을 맞춘 후에는 <뭉쳐야 뜬다> <뭉쳐야 찬다> <냉장고를 부탁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파트너로 일했다. 중계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눈빛만으로도 소통이 될 만큼 다져진 케미는 안정환이 시청자들을 위한 눈높이 해설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든든한 힘이다.      


안정환은 우루과이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엘로우 카드를 받자 "한 장 그냥 뭐 받아요∼"라며 '쿨'하게 대응하고, 가나전에서 코너킥 찬스에 주심이 경기를 종료하자 "재량이 아니라 월권 아닌가요", "AI(인공지능)도 아니고 사람이 이럴 수 있습니까"라고 분개하며 국민의 마음을 대변했다. 포르투갈 전에서 경기 종료가 지연되자 “왜 오늘은 10초 일찍 끝내지 않냐”며 투덜대며 가나전에서 주심이 코너킥을 생략하고 10초 일찍 경기를 끝낸 것을 짚었다.      



FIFA 공인 예능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는 MBC가 안정환을 얼마나 신뢰하고 높이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순히 이름만 내세우는 포맷이 아니라 안정환이 흐름을 이끌어간다. 프로그램 내에서 김성주, 김용만, 정형돈은 안정환에게 경기 전망을 묻는다. 안정환은 우루과이전 무숭부, 가나전 3대2 스코어를 예측하는 등 예리한 분석으로 능력을 발휘한다. TV 중계 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상황도 생생하게 담아낸 덕분에 현장감도 살고 있다. 프로그램명이 김성주의 히든 카타르가 아니라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인 이유다.    

 

안정환이 해설자로서 성장을 일궈냈다는 것은 시청률이 말해준다. MBC는 우루과이전, 가나전에 이어 포르투갈전까지 중계 월드컵에서 압승을 거뒀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H조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포르투갈전 시청률은 MBC, SBS, KBS 2TV 각각 16.9%, 11.2%, 4.4%로 총합계 32.5%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1분 전 MBC의 최고 순간시청률은 27.2%까지 치솟았다. 최소 1분 이상 MBC로 해당 중계를 지켜본 시청자수는 1176만명이었다.     


해설위원 안정환을 떠나보내야 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 안정환은 대중을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지도자 안정환’이 대한민국 축구에 기여하는 모습, 드라마틱한 활약에 기대를 걸어본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impossible is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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