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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Dec 08. 2022

졸음을 참으면서 쓰는 글

2022년 12월 8일 일기

다른 날에 비해 따뜻한 날씨였다.


집에서 입던 복장에 후드집업 하나만 더 걸치고 한강변을 달렸다.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 몸 회복이 덜 됐나보다. 달릴 때 골반 통증이 찌릿 하고 느껴져서 좌절했다. 목표보다 1km를 덜 뛰고 그만큼은 노란색 노을을 바라보며 터덜터덜 걸었다. 땀이 식으면서 몸이 떨릴 정도로 오들오들 추워졌다.      


몸을 움직여서 열을 내기로 했다. 집에 와서 휴대폰 배터리 충전을 하는 동안 마른 빨래를 개고 세탁기에서 젖은 빨래를 꺼내 건조대에 널었다. 밀린 설거지도 하고 회사에서 온 전화도 받았다.


밖에는 어둠이 깔려있었다. 편의점에 가서 택배도 부치고 곧장 옆동네 치킨가게까지 걸어가서 뿌링클 포장도 해왔다. 다시 귀가해서는 잠시 멍 하니 TV를 보다가 치킨을 몇 조각 먹고 냉장고에 넣었다. 여행 간 엄마 대신 퇴근한 아빠를 위해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그냥 자고 싶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영상 보다가. 따뜻한 찜질팩을 배 위에 밴 채면 더 좋고.      


요즘 불면증이다. 11시쯤 자려고 누워도 새벽 2시쯤 돼야 잠이 든다. 분명 너~무 피곤한데, 누우면 똘망똘망해진다. 오늘 미처 소화하지 못한 말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메모장에 기록하지 못한 할 일들, 해야지 해놓고 깜박 잊은 것들까지 마구 돌아다닌다.


그럴 때면 일부러 방의 불을 끈 채로 휴대폰 화면을 좀 본다. 주로 웹툰이나 영화 리뷰 영상 같은 것들이다. 스토리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신물이 나올 것처럼 눈이 시렵다. 그래도 손은 휴대폰을 잡고 내려주지 않는다. 언제인지 눈치채지 못할 어느 타이밍에 최면에 들듯 레디큐! 하고 잠에 빠진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겐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잠을 미루고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쓰는 이유는 나처럼 수시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참전하는 이들이 많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러닝크루의 멤버 A는 이미 하드트레이닝을 하면서도 매일 밤 달리는 다른 멤버 B에게 자극을 받는다고 말한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친구 C는 퇴근 후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실습에 매진 중이고 회계능력자 D는 사이버대학원에 다니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에게 오늘 하루는 똑같이 고단할 것이다. 나만 자고 싶은 게 아니다.     


사실 그냥 자도 된다. 꼭 해야하는 일은 없다. 뭔가를 몇시까지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없다. 당장 내일까지 해야하는 과제나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야 아주 자유로운 백수.

      

기록해두고픈 생각이 있으면 그날그날 일기로 남기자

매일 정해진 시간에 스쿼트 100번을 하자

이틀 후 있을 등산을 위해 짐을 미리 싸두자


처럼 그냥 내가 마음내키는대로 정한 약속이다. 언제든 계약을 파기해도 된다.


그럼에도 이것들을 기어코 하기 위해 졸음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이유는 결국 나를 위해서다.

      

오늘의 감정을 글로 적어두지 않으면 오늘의 내가 사라질 것 같다. 내일의 나는 현재를 사느라 바빠서 오늘의 나를 기억해낼 여력이 없을 것 같다. 대게 할 일은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빠르게 불어난다. 그리고 밀린 할 일들이 늘어나면 나는 불안해진다. 물론 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게으름을 피우다가 스스로를 조급하고 괴롭게 만들긴 하지만.       


간만에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는 솔직한 일기

어휴, 이제 더는 못참겠다. 눈 좀 붙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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