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달별꽃 Jul 16. 2023

혼자 있는 연습

스벅에서 비오는 거 구경하며 쓰는 글

어제는 하늘에서 구멍뜷린 듯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오전에 그쳐서 맑고 깨끗하고 선선하다.


내 마음 날씨는 완전 반대야. 우르르 쾅쾅

 


따릉이를 타고 한강변을 두어시간쯤 돌았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한 게 사라지지 않아서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쫙 봤다. 연락처는 많은데 연락할 사람이 없다. 무거운 얘기가 아니더라도 오늘 건망증이 심해서 바보처럼 행동했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팠는데 그 누구도 내 얘길 들어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럴 땐 나와의 대화가 최고! 노트북을 켜고 카톡창의 나에게 아무말이나 마구마구 쏟아냈다. 글쓰는 행위가 나에게 어떤 의민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요즈음이다.


요 몇주 사소하게 힘든 것들이 좀 있었다. 글로 써보면 명확해질 것 같아 한바닥을 적었다. 내가 지금 외로운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의 관심이 고파서, 사랑받고 싶어서 남을 신경쓰고 기다리고 견제하나보다.



글 속에서 변비처럼 쌓아둔 내 감정이 울먹였다.


'왜 내 말은 파급력이 적고 종종 묻혀?'


'왜 내가 너의 수단이 돼가야 하는 거야?'


'왜 나는 너한테 자격지심을 느껴? 나를 왜 사랑하지 못하니 '



나는 이런 것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구나. 인정하고 보니 내가 너무 가련하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가.


또 무엇이 이토록 힘든 나를 쉬지 못하게 하는가.



기사를 쓸 때처럼 며칠 밤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며


냉철하게 나를 되돌아봤다.


어떤 강박이 나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은 학교를 다녀야 해


혹은 지각을 하면 안되 이런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이 나를 불렀을 때 꼭 응해야한다는 강박
시간과 돈을 지불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만족감을 얻어야한다는 강박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도 어울리긴 해야한다는 강박

약속한 시간은 어기면 안된다는 강박

시간을 촘촘히 쓰는 게 효율적으로 잘 사는 거라는 강박

내가 생각보다 많은 족쇄에 묶여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 정도 비가 잠잠하길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옷걸이에 걸려있던 보물 하나를 꺼냈다. 레이스가 달린 밀크색 실크 원피스. 간만에 꾸미고는 '고작' 집앞 스타벅스에 갔다. 집앞에 가더라도 잘 꾸미고 갔을 때와 운동복 차림으로 갔을 때는 천지차이다.


카페에 들어가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비가 쏟아졌다. 통유리창 가득 메우고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응시하다보니 30분이 훌쩍 흘러간다. 지휘자의 연주에 맞춰 악기연주자들이 손을 움직이듯,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샹송에 맞춰 손님들이 발 까딱거리고 창밖 태극기가 펄럭거리는 것 같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람 만나는 거에 지쳐서 요며칠은 혼자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두어번 누군가의 제안에 응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보기좋게 거절했다. 운동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기에 누구한테 전화받는 척을 하며 이별을 고했다.


마침 나는 별다른 약속을 안잡아 놨고, 엄마는 며칠 여행을 가셔서 집에서 모처럼 자유를 누렸다. 잠도 10시간 이상씩 자고, 거실 소파에 누워 그동안 밀린 드라마와 영화도 보고, 결혼식장도 혼자 가서 밥 먹고 오고. 일부러 운동 모임에도 빠지고 SNS도 쉬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 중인데 사람들과 연락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가볍게 차 마시며 대화라도 나누고 싶다. 다행히(?) 상대방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거절을 해주고, 비도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와준 덕에 혼자 보내기에 성공했다.


나는 휴식을 나홀로 하는 법을 잘 모른다.


긴 수험생활과 취준생활로 혼밥이 익숙한 사람이긴 한데, 사회인이 되고부터는 거의 모든 걸 누군가와 같이 하다보니 혼자 있으면 어색하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는 것 외에는 특별이 할 줄 아는 게 없다. 누구처럼 뜨개질을 한다거나 화초를 키운다거나 책을 읽는 것 등은 집에선 잘 안하게 된다. 밖에 나가면 하는데 왜 집에서는 잠만 자게 되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카페에 두어시간 있다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또 다시 뭘 해야 할지 생각했다. 밀린 카톡에 답을 하고, 잠시 서점에 갔다가 팝업스토어에 잠깐 들러 구경을 해야지. 가고싶은 전시도 좀 찾아봐야겠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 중!

매거진의 이전글 '선배'의 위엄은 후배가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