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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Oct 18. 2023

싸우고 싶은 자들의 도시(2)

무료 상담의 함정

지난 주말에는 사당의 한 카페에 다녀왔다. ‘아트테라피’라는 무료 상담서비스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힐링을 하려다가 도리어 화를 잔뜩 머금고 돌아와야했다. 아무리 스타트업이라지만 서비스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상담 일주일 전쯤인가. 의문의 여자로부터 상담 일정을 조율하는 전화를 받았다. 사전 설문조사지도 제출하고 원하는 시간도 답변을 했다. 그러고나서 며칠 후에 또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이미 상담일자를 정한 줄 모르는 듯한 태도였는데 나 역시 업무 중이라 정신이 없어서 ‘네네’를 하다보니 중복으로 상담일정을 정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려주려 발신자 번호로 여러차례 전화도 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첫 번째 상담일 당일이 됐는데도 회신이 없었다. 결국 약속한 일자를 흘려보내고 그 다음날이 되었다. 나와 상담일정을 조율한 이에게 무책임하고 배려없는 행동에 대해 지적하며 신고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며칠 동안 연락이 없더니만 그 문자가 간지 1시간도 안 되서 내게 사과의 뜻을 전하는 문자가 왔다. 아파서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스케줄러는 바로 다른 상담사와 매칭을 해줬고 나도 사과를 받아들였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상담 전날 상담사와 스케줄러에게 일정을 다시한번 확인까지 했다. 일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 했다.       


그런데 상담 당일, 만남까지 1시간 반 정도 남은 시간에 톡이 하나 왔다. 기존에 잡혀있던 상담사가 코로나 확진환자와 접촉을 해서 못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스케줄러는 상담 장소를 바꾸면서 양해를 해달라고 했다. 장소는 카페인데, 음료를 제공 안 해주고 개별구매해야한다고 했다.      


몇 번의 불만을 참고 넘겨서일까. 강남에서 사당으로 장소가 바뀐다고 해서 큰일이 벌어지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너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동을 편히 하기 위해 일부러 강남에서 대기 중이었기 때문도 그랬지만, 나와의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속상했다.


그래서 스케줄러에게 이런 장문의 글을 남겼다.   

   

오늘 상황이 어쩔수없으니 가긴 가겠습니다만,

지금 진행하시는 무료 서비스는

빛나다 서비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모션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첫 인상이 안좋아서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이게 상담서비스여서 그렇지 다른 서비스였다고 생각을 한번 해보시면 얼마나 기분이 나쁜 건지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만약 여행을 위해 호텔에 갔는데 운영측의 실수로

제가 숙박할 곳에 사람이 비지 않아서 숙박이 어렵다면

보통은 룸을 업글하거나 해서 다른 룸을 잡아준다든지 조치를 취할겁니다.     

또 어떤 강사가 교육을 할 때도 코로나에 걸려서 강의가 다른 날로 지연되거나 강사가 바뀐다면 사전에 공지를 한다든지, 가능한 날짜를 투표한다든지 아님 아예 다른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줬을 겁니다.      

이게 참 사소한 부분이지만 스타트업이 커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빛나다 서비스가 좀더 발전하려면 직원 한분한분이 이런 부분을 소중히 여기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고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부터는 이부분 좀 신경써주시면 좋겠어요.

강남에서 진행하는 줄 알고 이쪽에서 다른 일정을 잡아놔서

저도 일행한테 양해를 구하고 급히 이동해야하는데 ...

너무 속상하네요.     


상담을 하러 갔더니 이번엔 상담사가 말썽이었다. 경력이 꽤나 된다고 하는데, 직감으로는 상담사 같지 않아보였다. 언변이 유창하지 않았고, 말을 자꾸 바꿔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상담자격증이 있고 1인 상담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 스타트업에는 프리랜서로 영입돼 활동 중이라고 해놓고 명함 하나, 프로필 하나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아트테라피’ 상담을 무시하고는 ‘인생 그래프’ 상담을 해준다더니 그냥 대화만 하는 것도 이상했다. 아무래도 준비를 해오지 않은 낌새였다. 의심스러웠다. 가방 안에 펜이라도 한자루 있을까? 대화를 해봤을 때도 상담사는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공감을 해주긴 하는데 전문성이 없었다. 친구랑 대화하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 깜짝할 새 2시간이 흘러갔다. 제대로된 자격증도 없는데 썰을 푸는 사기꾼이라고 해도 2시간동안 내 이야기에 집중을 해줬단 건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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