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시리즈온 예능ㅣ<온앤오프>(2020~21)
tvN <온앤오프>에 출연한 소녀시대 윤아는 말했다. 내가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겠다 싶어서 그동안 못한 사소한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고. 20대를 일에 바치는 바람에 친한 친구들과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진다. 방년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 때문일까. 자꾸 자존감만 낮아지고 막막해진다. 목표가 있어야 에너지를 갖고 덤벼드는데, 난 지금 뭘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시들시들해져 버렸다. 재미도 감동도 없고 무미 건조한, 쓸모없는 몸뚱이에 불과하다는 자조섞인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앗, 안 돼! 텐션을 살려야 한다.
윤아는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는 대신 ‘융프로디테’로 많은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었다. 일하느라 친구들과 자주 놀지 못했어도 2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연예인도 아닌데 못해본 게 많은 나는? 아는 동생을 만나 밥을 사는 것도, 친구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는 것도 부담인 나는? 운동을 하든 취미를 갖든 하고 싶어도 돈이 없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벌어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주위에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미모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어느 하나 확실치 않은, 이뤄놓은 것 하나 없는 나 자신이 그간의 세월을 허투루 쓴 건 아닐까 싶어 후회까지 몰려온다. 태풍 같은 걱정더미 같으니라고!
나는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내가 현재 가진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정리해본다. 윤아 보다 나은 삶에 대해 생각해보니 딱 하나가 떠오른다. 자유! 유명하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해도 논란이 생기지 않고, 사람 많은 곳도 편히 다닐 수 있다. 연애도 마음껏 할 수 있고, 굴욕사진 걱정없이 살찔 자유도 있다. 정말 커다란 걸 가졌구나 나는.
윤아를 보면서 배운 게 있다. 유명한 위치에 올랐어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긴다는 것. 쉬는 날 친한 친구의 작업실에 가서 스스럼없이 집안일을 돕고, 쿠키를 구워 스탭들에게 나눠주고, 일을 관두는 스탭 때문에 눈물 짓는 마음 씀씀이가 참 예뻤다.
나에겐 집에 편히 놀러갈 수 있는 친구도 없고, 나를 챙겨주는 스탭도 없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 무슨 때마다 연락을 해주는 친구도 있고 고민을 제 일처럼 들어주는 친구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잃지 말자. 그들의 소중함을 가볍게 여기지 말자. 나도 이제부터라도 사소하지만 하나씩 해나가자. 오글거리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