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예능ㅣ<싱어게인2>(2021~22)
<싱어게인2> 파이널 대진이 완성됐다. 치열한 세미파이널을 거친 TOP6은 윤성, 박현규, 김소연, 신유미, 김기태, 이주혁. 사연 없는 지원자는 없다. 절대적 존재 ‘어게인’의 부름을 받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을 타고 인생을 걸어온 이들. 그 중에서도 7호 김소연과 73호 이주혁은 ‘불사조’ 같은 면모로 치열한 생존을 거듭하고 있다.
멘탈갑.
김소연은 심사위원들에게 이 세 글자로 불린다. 앞서 탈락한 70호 가수 동렬도 무대에서 왠만해선 긴장하지 않는 강심장이다. 그러나 김소연처럼 청자를 긴장시키진 않는다.
김이나의 말처럼 김소연의 표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무표정과 어색한 미소를 살짝 짓는 표정. 물론 최근에는 우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다른 지원자에게 비해 감정을 덜 내비친다. 또 타인에게 승리를 내주고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쿨하다.
멘탈갑의 면모는 위기의 순간 빛났다. 그녀는 TOP6 선발전에 앞서 TOP10 선발전에서도 패자부활전을 치렀다. 탈락을 목전에 뒀지만 위축되기 보단 오히려 자신의 진짜 색을 꺼내들었다. 선택한 곡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OST로도 유명한 Sondia의 ‘어른’이다.
무대를 보면서 색이 짙은 원곡의 목소리를 지운 것은 김소연이 유일무이할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가 연극을 하듯, 그녀는 눈을 감고 음율의 기운을 느꼈다. 피아노 건반 위에 손가락을 얹어놓듯 목소리를 얹는 순간, 무대의 공기는 김소연스럽게 바뀌었다.
아른거리고 몽롱한, 부드러운 스카프같은 목소리로 심사위원들을 휘감은 그녀는 감정에 복받친 듯 갑자기 노래를 멈췄다. 숨을 죽이게 만드는 몰입력은 무명가수들 중 최고라는 걸 증명해낸 날이다. 그녀의 호흡은 방송사고가 아니라 하나의 장치로 인식됐다. 잠시 후, 목까지 억눌린 감정이 터지듯 노래가 이어진다.
“눈을 바라보면~”
김소연은 자신의 숨소리를 노래에 활용할 줄 아는 가수다. 가사가 없는 호흡의 순간 그녀의 강점이 도드라진다. ‘어른’을 부를 때도 그랬지만 TOP6 패자부활전에서 ‘얼음요새’를 부를 때도 조련당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얼음요새’는 대중적이지 않은 곡이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불렀으면 했는데, 이건 다소 예상되는 선곡이다. 당사자인 김소연은 마지막일지 모르는 순간에도 모험을 택했다. 그동안 본실력을 숨겨온 것인지,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성장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배우 이성경 같은 외모에, 느릿느릿한 말투, 차가워보이는 외모와 달리 여리디여린 마음. 멘탈갑 김소연의 캐릭터에는 반전이 있다. 지루할 수 있는 목소리를 자꾸 듣고 싶게 만드는 것은 그녀의 감성 덕이 아닐까다. 감히 자우림을 이을 신비로운 개성의 소유자이자 <싱어게인2> TOP3에 못 들더라도 가장 러브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가수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주혁도 흙 속의 진주다. 떨어질 듯 말 듯 불안함을 선사하면서도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저력이 있다. 송민호의 슈퍼어게인을 받을 정도로 목소리 개성 하나는 끝내준다.
이주혁은 <슈퍼밴드>에서 루시라는 팀에 속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자 치고 유명하지는 않네?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보면 <복면가왕>도 차지한 실력파다. 노래 외에 다른 활동을 안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고 쳐도, ‘무명가수’라고 칭할만한 존재는 아니다.
그런 그가 우승을 목표로 다시 얼굴을 비췄을 때, 욕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한동근이 나왔을 때와 비슷한 아쉬움을 느꼈다.
‘가진 애가 더 하네?’
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건 알지만, <싱어게인2>가 더 절박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길 바랐다.
경력 다 떼고 73호로만 보기로 했다.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내성적으로 보이는 말투, 자신없는 듯한 눈빛 때문에 그는 처음부터 눈에 확 띄는 지원자는 아니다. 그러나 노래를 시작하면 그를 보는 심사위원의 시선은 달라진다.
아니나다를까. 금속처럼 차가우면서도 섬세한 감성에 신경 레이더망이 반응했다. 그의 첫 곡인 ‘어느새’는 처음 들어본 곡인데도, 확 끌렸다. 자꾸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맴돌아서 지난 2주간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아마 앞으로 오디션업계에서 위너 강승윤의 ‘본능적으로’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이후 이주혁의 행보는 다소 부진했다. 기타를 메고 비슷한 느낌의 곡을 연달아 불렀다. 시선은 갈 곳을 잃고 땅을 향했다. 그런 그에게서 부풀었던 기대감이 푹 꺼졌다. 그가 부디 긴장감을 떨쳐내고 본연의 색을 꺼내보였으면, 하고 엄마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 기도가 닿았는지, 이주혁이 응답했다. 이선희의 ‘라일락이 필 때’라는 색다른 도전으로!
본명을 밝히는 무대에서 자기 곡인 '넌 나에게'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새로운 헤어스타일과 표정, 눈빛을 장착한 채 '상큼남'으로 다시 태어났다. 양파처럼 한꺼풀씩 옷을 벗은 것 같달까.
그리고 본 무대에서 원곡자인 이선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나겸이라는 강적과의 대결에서 7개의 어게인을 받았다. 단숨에 기대주로 우뚝 선 이주혁은 그냥 본인이 갖고 있던 아이템 주머니를 하나씩 풀 듯 자연스러워보였다.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 경력자다. 대승을 거두었는데도 그의 표정은 초반에 에너지를 다 쏟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처럼, 이제 본게임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태연해보였다. 보호해주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어수룩한 인상은 그의 작전이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과정은 드라마와 다름 없다. 이는 경연프로그램 <싱어게인2>을 청춘 드라마로 만드는 요소이고, 흥행을 결정짓는 최대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신유미나 김기태의 무대보다 김소연과 이주혁의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