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게 만들 거라면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너를 울게 할 테니까.”
아끼는 마음이 생겨날 때면, 마음 크기만큼 각오를 한다. 대상이 살아있는 존재든, 공간이든, 브랜드든, 물건이든, 하다못해 커피 종류 중 하나든. (최근 즐겨 찾던 원두가 유통 문제로 단종됐다..)
올해 초, 이별이 연이었다. 손쓸 수 없는 안녕이 대부분이었지만, 내 손으로 놓은 것도 있었다. 크든 작든 연속으로 감정을 소모하니 감당하기 벅찬 정도가 됐다. 실망감, 무력감, 상실감, 허망함... 그 위에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그려내고, 다시 무력해지기를 반복했다.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직감에, 시린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가까스로 버텼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왜 이렇게까지 고될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흔들려버렸기 때문이다. ’함께‘라는 가치. ’우리‘라는 말. 이게 정말 맞아? 사실은 다 환상 아니야? 나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굳건하던 믿음이 흐려지니 속수무책이었다.
마음을 너무 써서 그런가 보다. 이럴 거면 뭐든 덜 사랑해야겠다. 나름 비장한 다짐을 털어놨더니 “어차피 혜빈님은 덜 사랑해도 다른 사람보다 충만할 거예요.“라는 답을 받았다. 덜 사랑해도 충만할 거라니, 여러 의미로 필요한 말이었다.
본투비 투머치 러버, 천성을 무디게 바꾸는 건 어렵고 슬플 테니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중심축은 나 자신에 두고, 사랑을 잘게 쪼개 나누는 것.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을 여러 군데 심는 거다. 여기서 아프면 저리로 가고, 저기서 슬프면 저-기로 가지 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도 종착지는 가장 사랑하는 나.
“우리는 무언가를 잃을 때, 무언가를 얻게 되기도 합니다. 안목을 가지세요.”
”종착지가 아니라 과정으로 보면 심플해져.“
거울이 깨지면 좋은 일이 들어온다는 옛말처럼, 뭔가를 비워내면 그 자리에 더 필요한 것이 들어온다는 걸 알지만.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늘 그랬지만... 현재 진행형일 때는 어쩔 도리 없이 괴롭다. 이 또한 지나가고 나면 절절히 축적한 지혜가 되겠지.
무엇을 얼마만큼 사랑할지, 안목을 벼리는 시간이라 믿으며 새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