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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ve in Jul 28. 2020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이 싫다

사랑하는 이들이 괜찮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원을 비는 순간이 오면 - 새해 첫 순간이나 추석 보름달, 혹은 생일 초를 부는 - 으레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몇 년 전 특정 시점부터는 그들의 건강을 바랐다. 그리고 이젠 그저 괜찮길 바란다.

몸과 마음이 병들지 않고 스스로 온전히 설 수 있길, 때로는 서로에게 적당히 기대며 안위를 물을 수 있길.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게 지내는 것도 거창한 바람 같다. 다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야.


유독 올해는 가까운 이의 마지막을 애도하는 날이 잦았다. 이보다 더할 순 없겠다 싶은 고비를 넘기고 나면 또 다른 상황을 숨 몰아쉬며 버텨내야 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들을 별 탈 없다는 듯 견뎌내야 할까 싶어 아득, 어른스럽다는 건 결국 무덤덤해지거나 그렇게 보이려 견디는 일에 익숙해지는 걸까 자주 생각했다. 지금의 내가 몇 년 전의 나보단 덤덤할 줄 알게 된 것처럼, 후에 돌아보면 지금보단 좀 더 어른이 되어있다고 느낄까.

삶의 여러 의미를 담은, 버드나무 타투 도안


시간이 흐르면 또 어떨지 몰라도, 지금의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싫다. 괜찮지 않은 날들이 더 많은 삶을 위로하려 나온 말이겠지만, 혼자서 괜찮아보려 바둥대다 여간 안되면 그냥 옆에 기댔으면 좋겠다. 모두가 살기 바쁘고 본인 어깨가 가장 무겁대도 혼자 가뿐할 바에야 같이 묵직하고 싶다.

물론 아끼는 이의 어깨에 무게를 더하는 스스로가 어리석게 느껴지고 상대가 떠날까 두려운 마음도 잘 안다. 나도 무게를 좀 덜어주고 싶은데, 주어진 자리에서 단단히 자라나 기댈 수 있는 기둥이,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고 싶은데. 당장은 내 한 몸 지탱할 뿌리도 간신히 뻗는 상황이니까. 그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젠간 단단해져있지 않을까 하고.


언제나 언제나 미안한 마음으로 잘 자라야지, 얼른 자라야지, 그런 날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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