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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LEO Jun 18. 2021

전자에서 병원으로 뛰어든  의료 서비스디자이너 레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청소부

2004년 대학 4년때 이미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kappa 브랜드의 광고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였습니다. 당시 마니아층을 제외하곤 지금처럼 kappa 브랜드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을 때였으며 경영악화로 인하여 라이센스(시계, 운동화, 의류)는 3곳으로 나뉘어져 흩어지게되었습니다. 생애 첫 직장....., 6개월동안의 임금체불을 경험한 제겐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4학년때 충북 충주 할머니 댁에서 성장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첫 직장에 취직했을 때 기뻐하셨던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면...... 집안에 손을 벌릴 수 없었습니다. 실업급여라는것을 알게되고 노동부에 신고를 하여 실업급여를 받으며 서울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매일 라면이었죠. 보란듯이 잘되고 싶었고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던 마음만 앞었던 철없던 그 시절.

'화려한 겉모습 보단 내 안을 채워나가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려 한 버스광고회사에 취직하게되었습니다. 한 달 매출이 3천만원이 채 되지 않았던 작은회사. 2년 후 한 달 매출이 3억이상이 되었죠. 문제는 '연타석 홈런' 이었습니다. 또 임금체불.

돈은 버는데 영업사원들이 늘어나다보니 내근직(디자이너)들에게 월급이 들어오지 않거나 절반씩 지급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회사가 조금더 커질려고 하니 이해해달라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이해를 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디자이너들이 경험해야할 제작 과정을 직접 제작해보며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그러고 3개월쯤 지나니 월급이 끊기고 사장님 차가 억대의 고급차량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제 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시 찾아가게된 노동부. 그 때 제 나이 스물일곱.


그래픽 디자이너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인쇄부분과 실사출력부분입니다. 버스광고 회사의 대부분의 모든 제작물은 실사출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사출력부분 만큼은 꿰뚫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전 직장보다는 소득이 있었던 것이죠. 다음에 찾아간 곳은 전 세계 제약업체 브랜드의 광고 및 부스, 전시 그래픽디자인을 하는 회사 였습니다. 정말 재미 있는 곳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디자이너로서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곳은 아니였지만 나름 정말 열정적이였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람이 좋았습니다. 좋은 제작물과 좋은 경험들 그리고 인쇄부분을 배울 수 있었고 경험할 수 있었던.


어느정도 제 연차가 5년을 훌쩍 넘기고 있을 무렵. S사의 POP를 하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견기업이라 연매출 150억정도의 디자인 회사였습니다. 사실 중소기업계열에 연매출 150억정도 하는 회사는 그 당시 많지 않았죠. 사장님 몰래 면접을 봤습니다. 3차면접까지 통과한 저는 바로 이직을 감행했죠.

사실,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 S사의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년, 실력있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많이 배울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재미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하늘이 무너지는 비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아버지의 투병소식. 갑상선 말기.

일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투병생활엔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야했었어서 일을 포기할 수 없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회사에 정말 죄송했고 감사했다는 말을 다시한 번 전합니다.  그 시기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투병중인 아버지께 인사를 드린 후 결혼 1년 전 아버지께서 갑상선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조직 개편이 되면서 전 회사를 그만두고 L사 제품을 디자인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였습니다.

L사 해외광고 그래픽 및 POSM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어느새 제 경력이 10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밑 바닥부터 올라온 저로서는 디자인에 자신감이 충만 했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게되어 신혼여행을 갔습니다. 꿈만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아침. 제가 여행을 간 곳은 발리의 리조트 였습니다. 적도근처의 무더운 날씨였던 터라 한여름에 거멓게 탄 낙엽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였습니다. 리조트에서 일하는 청소부는 매일 그 낙엽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제가 그 청소부 앞을 지나갈 때면

"좋은아침이야, 오늘도 좋은하루가 되어라"라고

항상 웃으며 말해주었습니다. 물놀이를 마치고 올때도 그 친구는 항상 말을 건내왔고 얼굴에는 웃음 한가득 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생활(월요일에 출근하면 금요일 새벽에 퇴근하는 지긋지긋한 야근)을 줄곳 해왔던터라 제 얼굴과는 정반대의 표정과 눈빛이였습니다. 그날 저녁 문든 이런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이 생각의 시작은 지금의 저를 있게한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할 때 즐거운 이 마음하나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버티고 버텨왔는데 왜 내 얼굴엔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오고 머리털은 송송빠지고 얼굴은 매일 부어있는것인지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그만큼 행복해야 할 내 얼굴이 일그러지는 부분에는 반드시 모순이 있는 것이였죠. 전 즐겁지 않았던 것이였고 행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밤 신혼여행을 즐기는 아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 새벽에 들어오는데 괜찮겠니?"

단호박인 아내가 말합니다.

"웃기지마. 매일 귀가해"

전 더이상 이 생활(그래픽디자이너)을 할 수 없겠다 생각하여 용기내어 다 포기하겠다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물론 낮에 보았던 그 청소부를 예로 들면서 설득을 했죠.

청소부는 오후 5시에 퇴근을 합니다. 아침 6시에 출근을 하죠.

퇴근을 할 때면 항상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가 꼬챙이에 온갖 물고기를 꽂아 나옵니다.

처자식 저녁찬거리를 가져간다고 했습니다. 멋집니다. 항상 웃는 얼굴, 행복한 표정, 가정을 위한 당연한 노력 등... 설득이 될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사업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예전 전시부스회사 시절 제약회사의 광고를 제작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을 생각하여 고통받는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아버지께서 투병중이셨을 때 병원에 가면 어디가 어딘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답답했던 바로 그 포인트.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병원에서의 디자인을 찾게 되었습니다. 환자들이 병원에 내원하면 편리하게 안내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나 CS적인 부분들에 대한 병원의 변화를 생각하게 되었죠. 그런 부분에서의 사업을 계획하던중 이미 많은 분들이 전선에 있다는걸 알게될 무렵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면접을 보라는 거였습니다.

전 이력서를 넣은 적이 없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아내가 집에서 3개월을 놀고있는 남편이 불안했는지 제 컴퓨터의 이력서를 몰래 넣은것이더군요. 아내는 제게 병원에 대한 디자인을 하려면 병원을 알아야지 무슨 계획도 없으면서 부딪히냐며 언성을 높이길래 마지못해 면접을 봤고 지금의 현명한 병원장님을 대표님으로 모시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디자인.

정말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포괄적으로 섭렵하며 디자인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다는것.

디자인으로 딱딱한 병원을 부드럽게 바꿀 수 있다는것.

디자인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동선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것.

디자인으로 환자분들에게 웃음을 선물할 수 있다는것.

디자인으로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간호사들과 의료진들에게 시스템 변화를 줄 수 있다는것.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디자인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에 관련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서 비롯된 디자인씽킹은 앞으로도 진행형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내린 직업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내가 잘하는것, 내가 좋하는것, 내가 건강할 수 있는것!"


이상 BXdesigner LEO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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