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디콰트로 Notte Stellata 2021, 롯데콘서트홀.
딱 한 달 전, 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에 다녀왔다. 『포르테 디 콰트로와 함께하는 Notte Stellata 2021』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19년부터 한 공연인데, 첫 해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지 못했다. 오케스트라와 크로스오버가 공존하는 무대 「노떼 스텔라 따」는 「언플러그드」와 더불어 포디콰의 시그니처 공연이다.
코리아쿱 오케스트라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듣고 있는데, 네 남자가 흰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그동안 그들의 하얀 슈트를 많이 보았지만, 이번엔 아무 색도 섞이지 않은 말 그대로 눈부시게 하얀 자태였다. 지금까지 본 모습 중 가장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구두까지 하얀색으로 완벽하게 소화한 훈정이 형의 야리야리한 자태엔 탄식이 나왔다. (ㅎㅎ) 이들의 모습을 굳이 비유하자면, 콩이나 건포도를 일체 섞지 않은 하얀 백설기 같다고 할까. 백설기 4인방은 자신들이 ‘아끼고 애정 하는’ 포디콰의 시그니처 공연 「노떼 스텔라따」를 고품격 공연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열창했다.
첫 노래가 끝나고 인사하는 중에 태진 군이 “2021년 마무리 공연..”이라는 망언(?)을 해 식겁했다. 훈정이 형이 무슨 그런 소릴 하냐며 나무랐다. 긴장을 많이 했나, 태진 군이 그런 실언을 하다니. (ㅋㅋ) 2021년 남은 석 달 동안 포디콰 공연이 없다고 상상하니 끔찍했다. (4집 내고 연말에 투어 공연해야지 무슨 소리...!!!) 찬바람이 불면 포르테 디 콰트로의 새 앨범에 흠뻑 빠져 투어 공연을 돌아다니며 마르고 닳도록 보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데.
김덕기 지휘자 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자에 앉아서 지휘하셨다. 예전엔 두 시간 넘는 공연에도 꼿꼿하게 서서 하셨는데, 언제부턴가 중간중간에 앉으시더니, 이번엔 시종일관 앉아서 하신다. 포디콰의 ‘음악적 아버지’ 김덕기 쌤이 짱짱하게 건재하셔서 오래오래 포디콰와 함께 하길 바란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 아다지오에 이어 포디콰의 ✰좋은날이 울려 퍼졌다. 이 곡은 내가 포디콰 공연을 처음 가서 첫 번째로 들은 노래라 각별하다. 그때 뭉클해서 눈물을 찔끔 흘렸었는데.
노래를 끝낸 네 남자는 프라하에서 찍은 ‘좋은날’ 뮤직비디오 얘길 꺼냈다.
“이 영상 지울 수 없나요?” 현수 군의 말을 시작으로 백설기 4인방은 뮤비 촬영의 흑역사를 쏟아냈다. 프라하가 너무 추웠다는 둥,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둥. 특히 훈정이 형은 이 뮤비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하는데 다시 봐도 어느 부분에서, 왜, 훈정이 형이 상처를 입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들은 지우고 싶은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많이 꾸미지 않아 자연스럽고 순수한 네 남자의 모습이 보기 좋은데 괜히 엄살 부리는 것 같다.
2019년 언플러그드 공연에서 2부 시작할 때 객석 곳곳에 서서 네 남자가 ✰좋은날을 불렀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없는 퍼포먼스지만, 포디콰는 다시 그렇게 노래할 수 있는 ‘좋은 날’이 오길 소망한다고 했다.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들려준 ✰Bred Dina Vida Vingar. 태진 군은 뒤에서 오케스트라가 밀어주니 날아갈 것 같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원래 부드러운 곡인데 ‘강렬함이 묻어나는 편곡’으로 포디콰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연주였다. 그들은 스웨덴어 발음 때문에 원어민 선생님을 모셔놓고 녹음했던 경험담을 얘기했다. 모처럼 1집에 수록된 노래를 하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백설기 4인방이 장착한 눈부시게 하얀 슈트는 늘 그렇듯 디자인이 각각 다르다. 혼자 긴 코트를 입은 태진 군은 더운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ㅎㅎ) ✰Bred Dina Vida Vingar(당신의 넓은 날개를 펴고)를 끝낸 후 태진 군이 날아갈 것 같다고 하자 벼리 군은 자긴 무거워서 못 날아간다고 한다. 현수 군은 그럼 훈정이 형은 승천하겠네~하며 형을 그렇게 날려버렸다. (ㅋㅋㅋㅋ) 이 성스럽고 아름다운 노래의 뒷얘기는 결국 ‘오징어 게임’ 얘기로 마무리됐다. (ㅋㅋ)
2부가 시작되고, 백설기 4인방을 더는 볼 수 없었다. 하얀 슈트와 대조되는 블랙 슈트로 장착한 네 남자는 <불후에 명곡>에서 ✰향수로 3년 만에 우승한 얘기를 신나게 했다. 우승을 안 하면 어떤가. 포디콰는 그런 데 연연할 수준이 아닌데. 그래도 오래간만에 우승하니까 다들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추석 특집으로 방송한 심수봉 선생님 콘서트에 포르테 디 콰트로가 특별 게스트로 나왔다. 심수봉 선생님은 태진 군 이모할머니인데, ‘할머니’라 부를 수 없다고 한다. 심쌤이 할머니라는 말을 빼라고 해서, 태진 군은 쌤을 조모님이라고 부른다 했다. 태진 군은 방송이 나간 후 식당에 갔더니 심쌤 조카 손자라알아보시고 서비스를 주셨다며 좋아한다. 포디콰 멤버인 것도 복 받은 건데, 국민 가수의 조카 손자라니. (태진 군은 복을 아주 많이 받은 청년인 듯..)
모처럼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포르테 디 콰트로는 마이크 없이 노래했다. 네 남자의 목소리가 악기 소리에 묻히지 않을 정도로, 오케스트라가 세심하게 연주하는 게 느껴졌다. 이런 공연에선 가끔 악기 소리에 싱어들의 소리가 묻혀서 귀가 먹먹할 때가 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Sketch of Love(*헨델:사라방드)는 이번 공연을 위해 포디콰가 준비한 새 곡이다. ‘사랑의 밑그림 정도 되나요?’ 노래를 마친 훈정이 형이 곡을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들려준 곡이라 그런지 끝나고 객석의 박수 소리가 유난히 컸다. 멜로디는 익숙하지만 포디콰 음성으로 듣기는 처음이다. 웅장하고 비장하기까지 한데 의외로 흥겹다. 일렉 기타와 전자 드럼의 연주가 돋보여서 그런 것 같다. 포르테 디 콰트로와 제법 잘 어울리는 곡인데, 앞으로 공연에서 자주 듣고 싶다.
태진 군이 4집에 대해 살짝 언급하자 객석은 술렁거렸다. 왜 안 그렇겠나. 나 역시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갑고 설렜다. 하루라도 빨리 보고 듣고 만지고 싶다, 포디콰 4집!!
2부 마지막 곡을 앞두고 벼리 군은 또 두렵다고 했다. (전에도 두렵다고 한 적이 있다!!) 내색을 안 해서 몰랐는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 한다. (ㅠㅠ) 메이크업받을 때부터 목이 맛이 갔는데 꿋꿋하게 애쓰며 두 시간을 버틴 것 같다. 약간 울먹이기까지 하는 벼리 군을 보며 안쓰러웠다. 벼리 군 부모님은 포디콰 콘서트에 늘 오신다고 하던데, 이 자리에서 벼리 군을 보았다면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것 같다. (맴찢 ㅠㅠ)
늘 그렇듯 앙코르를 위해 객석은 손바닥이 터질 것처럼 박수를 쳤고, 포디콰 네 남자는 열정적으로 객석의 환호에 답했다. 다른 때보다 유난히 박수 소리가 컸고, 길었고, 힘찼다. 포디콰도 이 시국에 공연장까지 찾아와서 열성적으로 호응해주는 관객들에게 감동받았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했다. 포디콰나 관객들이나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새삼스럽게 기도하게 된다.
<1부>
♤ 엘가:위풍당당 행진곡
✰ Lucente Stella (* 엘가:위풍당당 행진곡)
✰ Notte Stellata
♤ 라흐마니노프:교향곡 2번 E단조 Op27 3악장 아다지오
✰ 좋은 날 (* 라흐마니노프:교향곡 2번 3악장 아다지오)
✰ 신기루 (* 말러: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 말러: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 Bred Dina Vida Vingar (당신의 넓은 날개를 펴고)
✰ Ave Maria
<2부>
♤ 쇼스타코비치: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 La Nave Va (* 쇼스타코비치: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 빛의 사랑 (*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신성한 사원에서’)
✰ 얼음꽃 (* 로드리고: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중 2악장)
✰ 외길 (* 차이코프스키:「사계」 중 ‘뱃노래’)
✰ Sketch of Love (* 헨델:사라방드)
✰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 모차르트:「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앙코르>
✰ Toréador, en garde (* 비제:「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 Comes True
✰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