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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Apr 03. 2022

경이롭고 전위적인

포르테 디 콰트로 메타포닉 콘서트, 성남아트센터, 2022.03.12.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포르테 디 콰트로 4집 메타포닉(METAPHONIC)은 작년 토크 콘서트에서 그들이 예고한 그대로였다. ‘단 한 번도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없는 포르테디콰트로의 새로운 도전’ ‘포디콰만이 할 수 있는 거대한 어떤 것’


  한 차례 연기된 메타포닉 콘서트를 마음 졸이며 기다리다 드디어 3월 12일 성남 아트센터에 다녀왔다. 보통 콘서트홀 무대는 별다른 장치 없이 세션이나 오케스트라가 세팅되어 있는데, 이번 오페라하우스 무대는 뮤지컬 공연을 연상시킬 정도로 입체적이었다. 며칠 전 인천에서 했던 메타포닉 콘서트 동영상은 일부러 보지 않고 갔다. 간절하게 포디콰의 새 앨범을 기다린 만큼 사전 정보 없이 아무것도 모른 채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만끽하고 싶었다. 차가운 메탈 느낌의 무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무대 하수 뒤쪽에서 네 남자가 등장했다.    


✰ Oh FORTUNA

 

  ‘포르투나’로 웅장하게 포문을 연 포르테디콰트로. 조명 죽이네~ 하고 있는데 레이저쇼를 방불케 하는 현란함에 아찔했다. 이것은 ‘신비롭고 운명적인’ 메타포닉의 전조였다.

  노래가 끝나고, 한때 성남 주민이었다는 태진 군은 고향에  느낌이라며 이번 콘서트의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개인적으로 성남 아트센터는 집에서 가장 가깝고 교통이 리해 좋아한다. 이곳에서 포디콰 콘서트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


▷ 메타포닉 (METAPHONIC)

  가상의 소리와 포디콰의 음성이 합쳐졌다는 의미의 포디콰가 만들어낸 신조어.

  ‘웅장한 사운드’가 콘셉트인 포르테 디 콰트로 4집 앨범.


  먼저 했던 인천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그동안 해왔던 것과 사뭇 다른 공연 콘셉트의 비밀 유지를 당부했는데,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 유지될지 몰랐다며  남자가 웃었다. (어쩜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할  있냐며... ㅋㅋ) 이번 4집엔 파워가 많이 필요한 곡이 있어서 벼리 군이 대단한 활약을 한다고 예고했다. (언젠  벼리 군이 가만히 서있었나. 그는  폭포수 같은 음성을 뿜어댔는데.. ㅎㅎ)  



✰ THE SOUND OF SILENCE


  바로 그 노래다! 귀에 익숙한 맑고 잔잔한 곡인데, 연말 「불후의 명곡」에서 미친(?) 편곡으로 공연장을 지진 난 것처럼 흔들어놨던 그 노래. 다행히 허가가 나서 다시 녹음해 이번 앨범에 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허가 안 났으면 어쩔~) 그때 방송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포디콰가 좀 달라졌다. 그동안 천상의 하모니로 눈물을 뽑아내고 저 세상 음성으로 심쿵하게 했다면, 메타포닉으로 중무장한 포디콰는 웅장하다 못해 경이롭고 전위적이기까지 한다. 그들의 음성과 무대 매너는 변함없이 힘차고 우아한데, 지옥의 사자들같이 뿜어내는 이 신비한 다크함은 무엇일까. 이번 공연을 직관하는 내내, 밝고 세련된 지옥에서 누군가 쉼 없이 고막을 후려치는 환상적인(?) 벌을 받고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태진 군이 세션을 소개했다.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 퍼커션과 무대 뒤에서 그야말로 세상에 없는 사운드를 위해 활약(?)하신다는 분. 그리고 포디콰의 제5 멤버인 피아니스트이자 이번 앨범 음악 감독인 오은철 씨까지. 이 전위적이고 환상적인 콘서트를 만든 사람들은 이들 말고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포디콰 네 남자는 여태껏 입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의 무대 의상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동안은 딱 떨어지는 정장을 주로 입었는데, 이번 의상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클럽이나 칵테일파티에 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캐주얼하고 세련된 세미 정장인데(딱히 정장이라 하기에도 좀 그렇다), 그대로 락 콘서트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현수 군이 내복(?)이라 지칭한 겉옷 안에 입은 이너웨어를 언급하자, 태진 군은 위의 겉옷 안에 입은 의상이 시스루인데 거의 안 입은 느낌이라 헐벗은 거 같다고 했다. 훈정이 형은 아예 겉옷 없이 흰 셔츠 같은 것만 입었고, 벼리 군은 겉옷 안에 속살이 훤히 보이는 셔츠를 입었다.


✰ OPHELIA


  처절하게 비극적인 뮤지컬 넘버 같은 곡이다. 듣는 내내 숨이 막힐 것처럼 비장하면서 신비롭다. 햄릿을 주제로 한 곡인데, 장르 자체가 ‘오은철’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비극을 쉽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곡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노래를 듣는 내내 라파엘 전파 화가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가 떠올랐다. 그림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그들의 의도대로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아름다운 비극’이다.



✰ FINE DEL MONDO


  예전 「노떼 스텔라따」콘서트에서 ♪Sketch of Love로 들었는데, 이번 앨범의 수록곡으로 재탄생했다. 포효하는 네 남자를 보면서 새삼 느꼈다. 이 남자들은 내 심장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도 모자라 모든 장기를 떼어내 저글링을 하는구나...


  이어 ‘메타포닉화한’ 포디콰의 대표곡이 이어졌다.


✰ SENZA PAROLE

✰ FIX YOU

✰ LUNA   


  전주만 들어서는 무슨 노래인지 모를 정도로 아찔한 편곡의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오은철 씨가 합류하면서부터 포디콰의 음악 스팩트럼이 한층 다양해졌다. 방송에서 그들이 커버하는 노래만 봐도 이 재주 많은 피아니스트 겸 음악 감독과 포디콰 멤버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하며 보폭을 늘려 가는지 알 수 있다. 포디콰가 세상의 모든 노래를 포디콰식으로 우아하고 세련되게 소화해 들려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동안 고급스럽고 웅장한 사운드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한층 비장하고 신비로운 화음과 멜로디로 관객을 천국이든 지옥이든 마음대로 끌고 다닌다.


✰ WINTER LULLABY


  벼리 군의 아늑한 음성으로 시작한 이 노래는 자장가답게 서정적이다. 하지만 평범한 자장가는 아니다. 솔직히 이 노랠 들으면 잠들기는커녕 정신이 번쩍 든다. 심장이 이렇게 나대는데 잠은 무슨...


 

FDQ 4집 METAPHONIC


  인터미션 없이 2부가 시작됐다.



▷ 오은철의 메타포닉 TMI


  포르테디콰트로 4집 「메타포닉」콘셉트는 작년 여름부터 구상했다고 한다. 그러다 ♪SOUND OF SILENCE를 편곡하면서 콘셉트를 잡았다고 한다. ‘가상의 소리’에 맞는 ‘가상의 악기’가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메타포닉이 된 것. 이 콘셉트를 가장 좋아한 건 훈정이 형이라고 한다. 원래 피드백을 잘 안 하는 형인데, ♪SOUND OF SILENCE를 듣고 “이것이 음악이다!”라고 했고, 오은철 씨는 이에 매우 고무되었다고 한다. 입 다물고 있으면 새침해 보이기까지 하는 형에게 인정받았으니 얼마나 뿌듯했을까.


  현란한 레이저와 함께 은철 씨의 연주가 이어졌다.


✰ NIGHT QUEEN’S ARIA


  검은 정장으로 바꿔 입고 등장한 네 남자는 힘차고 비장하게 여왕의 복수심을 노래했다. 메타포닉화 해서 레이저쇼까지 더해진 이 웅장한 아리아는 거대한 토네이도처럼 오페라하우스를 덮쳤다. 노래가 끝나도 객석의 박수가 끊어지질 않아 포디콰가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새삼 실감이 났다. 작년 11월 토크 콘서트에서 포디콰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거대한 것’이 오고 있다고 말한 이유를.       


✰ DEAR WENDY

✰ AM I A MONSTER


♪디어 웬디는 이제 어른이 된 피터팬이 부르는 노래다. 30대가 된 피터팬이 웬디에게 전하는 속마음 같은 가사에 왈츠 리듬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러면서도 듣고 있으면 희한하게 슬프다. 이 노래에 대한 훈정이 형의 느낌은  ‘꾸며낸 얘기가 아니라고 협박(?)하는 삼촌들의 심정’ 같다나 뭐라나. 암튼 이 형은 정색하고 웃기는 재주가 있다.


  가사 중 ‘오른쪽 두 번째 아침 별’의 별✰은 이 부분을 부르는 오른쪽 두 번째에 서있는 벼리 군인 걸로 잠정 결론지었다. (ㅎㅎ)    


  ♪AM I A MONSTER는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한 곡인데, 아니나 다를까 뮤지컬 넘버처럼 장중하고 극적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몬스터가 '난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대체 어떤 생명체냐'며 박사에게 따지며 절규하는 노래다. 포디콰에게도 큰 도전이었다는 이 곡은 훈정이 형의 가성과 벼리 군의 솟구치는 고음을 유감없이 들을 수 있다.   


✰ 비상


  ♪COMES TRUE의 후속곡쯤 되는 노래. (훈정이 형은) 듣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벼리 군은) 부르면 날개가 생길 것 같다고 한다. 다 같이 힘차게~ 오 날아올라~ 정말 가사가 건전가요 뺨치게 완벽하고 이상적이다. 다음 공연에서는 진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며 부르면 어떻겠냐는 말에 훈정이 형은 기가 막히다는 듯 일침을 날렸다. “그럼 비상 이 한곡에 1억을 태우는 거야?” (아놔~ 이 형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CAN’T HELP FALLING IN LOVE

✰ CHANDELIER


  이 대중적인 팝송들 역시 포디콰는 그냥 부르지 않았다. ‘메타포닉화’해서 커버한 두 곡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노래가 아니었다. 귀를 버린 정도가 아니라 온 몸의 장기를 갈아 끼운 것처럼 뭔가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샹들리에는 이제 SIA의 음성으로 들으면 별 감흥이 없을 것 같다. 아~ 진짜 고막을 갈아 끼울 수도 없고.



▷ 피할 수 없는 포디콰의 아무 말 대잔치


  훈정이 형은 콘서트에 오는 관객들이, 포디콰가 노래할 때 더 좋아할까 아무 말할 때 더 좋아할까 궁금하다고 했다. 뭘 그런 걸 묻고 그러는지. 뻔하지 않나, 그냥 다 좋은 거지.


  벼리 군은 무대에서 거의 말을 안 하는데, 다른 멤버들이 아무 말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자, ‘잘못된 정보가 많다..’는 생각을 한다고. (ㅎㅎ)

  이런 벼리 군이 무대 뒤에선 가장 말이 많다고 한다.

  훈정: (벼리에게) 왜 본모습을 숨기는 거죠?

  벼리: 제가 숫기가 없어서요.

  훈정: (가차 없이) 웃기고 있네! 올해 들은 얘기 중에 제일 웃기다.. 실은 내가 제일 숫기가 없어!

  오늘따라 훈정이 형이 왜 이렇게 정색하며 웃기시는지. 이 형 정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새침하게 웃기는데 빵빵 터졌다.


✰ NELLE TUE MANI


▷ 앙코르


✰ LACRIMOSA

✰ ADAGIO


 ‘거대한 것’을 몰고 온 포디콰의 노래와 토크 ‘아무 말’의 갭은 그 어떤 콘서트보다 컸다. (ㅎㅎ) 그래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즐겁고 두근거렸다. 진짜 이번 콘서트의 노래와 토크의 낙차는 경이로울 정도.


  도대체 어떤 음악을 들려주려고 저러나 많은 기대와 걱정을 했는데, 포디콰의 네 번째 도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대 이상이다. 첫 노래부터 내 장기를 가차 없이 떼어다가 네 남자가 저글링 하는 것처럼 얼얼했다. 지옥의 사자인들 이렇게 신비롭고 강렬할까. 아무 말할 땐 여전히 해맑고 달달한데. 4집을 이렇게 해놓으면 다음 앨범은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또 세상에 없는 신조어를 만들어내서 포디콰가 포디콰 할 것인지. 포르테 디 콰트로에겐 지구가 좁은 것 같다. 메타포닉은 우주에서도 충분히 어필할 것 같다. 20년 후에 훈정이 형이 환갑 기념 콘서트를 화성에서 한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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